ADHD 약 이야기

by 이가연

병원에 다녀왔다.

ADHD 약은 세 종류가 있는데, 그중 두 종류만 한국에 판매된다. 하나는 애더럴이라고 미국에서 구할 수 있다. 외국에만 있다길래 당연히 영국도 포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영국도 불법이다.

지금 내가 병원에서 받고 있는 약은, 잠 못 잔다고 하면 수면 도와주는 약 주시고, 우울증 다시 와서 무기력 심하면 우울증 약 주시고, 때때로 분노 조절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비상약으로 안정제를 가지고 있다.

그건 암 환자가 두통 있을 때 타이레놀 먹는 거랑 같다. 당장 두통은 막아야, 사니까. 암 환자면 그에 맞게 수술을 하든, 방사선 치료를 하든 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하고 있다. 내가 애더럴까지 먹어봤으면, '아 나는 약이 다 안 맞는구나'라고 생각이라도 할 수 있는데, 안타깝다. 병원에서 오늘 사실 그 약들이 안 맞는 사람은, 애더럴이 맞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ADHD는 수술로 뇌를 개조할 순 없기 때문에, 약을 먹어도 ADHD다. 그런데 나는 그 약조차도 못 먹으니, 맞는 약을 찾기 전까지는 '나는 그럼 평생 이러고 봉사만 하고 사냐' 하는 불안이 든다. 돈을 벌고 싶어도 자꾸 분노 조절 실패로 때려치우니까. 지금 가진 약은, 이미 분노로 상황을 와장창 깨트려놓고 나를 진정시키는 비상약뿐이다. 그 분노 자체를 막으려면 ADHD약이 필요하다.

사실 옆에서 안아주기만 하면 분노 안 할 거 같다. 누구 때문에 열을 받았든, 안아줄 사람만 있으면 될 거 같다. 나는 사람을 공격하고 싶어서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내가 이렇게 상처 받았다고 표출하는 경우다. 없으니까 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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