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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Jan 12. 2024

사우스햄튼에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

제목을 쓰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다. 나는 이곳 사우스햄튼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런던 갈 걸'이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기 생활이 행복하다.



1. 공원과 해변

사우스햄튼은 영국 남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다. 학교 지원하기 전까지 몰랐는데, 타이타닉 호가 출발한 도시라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집에서 20분만 걸으면 해변은 아니어도 바닷물이 보이는 공원이 있어 날씨 좋은 날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마치 한국에서 김포 같은 느낌이다. 또한 기차 타고 30분만 가면 드넓은 해변이 있다. 물론 집에서 역까지 20분, 기차 30분, 버스 타고 20분은 이동하여 총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벌써 작년에 4번이나 갔었다. 바다를 무척 좋아하는 나로선, 바다를 자주 볼 수 있어 좋다.

 


2. 연습실

이 학교는 연습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연습실 부족할 일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날씨 좋은 날 전망 좋은 넓은 연습실을 예약할 때면 기분이 무척 좋다.



3. '그래도' 맛있는 식당

한국에서는 음식에 감사한 줄 몰랐다.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식욕이란 건 제발 하루 한 번 알약으로 끝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가뭄에 콩 나듯 발견한 맛있는 레스토랑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4. 친구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외국인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 생각하면 절로 힘이 난다.



5. 학교 캠퍼스

어제는 친구와 학교 캠퍼스 산책했다. 한국에서는 친구와 학교 캠퍼스 산책해 본 적이 없다. 물론 캠퍼스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작다. 그런데 한국에서 캠퍼스 생활이란 걸 즐겨본 적 없는 나로선 이 정도 캠퍼스도 너무 이쁘고 감사하다. 특히 날씨 좋은 날에는 산책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6. 쏟아지는 자작곡

3개월 동안 총 7곡을 썼다. 2018년부터 2023년 9월까지 한 5곡은 썼던가. 싱어송라이터라는 호칭이 부끄러워 그냥 뮤지션이라고 하고 다녔다. 영감이 있을 때만 곡을 후루룩 뱉는 간헐적 작곡가였다. 그런데 대책 없는 사랑 덕에 피아노 앞에 앉으면 곡이 나오는 축복을 얻었다. 이제는 그 뮤즈보다 곡을 더 사랑해 줄거다.



7. 학교 수업 및 공연

몇 주 뒤면 2학기 수업이 시작한다. 1학기 수업은 월요일 퍼포먼스 세미나, 화요일 개인 레슨, 수요일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 (음악 비즈니스 관련된 수업), 목요일은 음악 매니지먼트 수업을 청강했다. 과제 부담도 없고 수업은 모두 만족스러웠다. 음악적 지식 습득은 물론이고, 1월, 5월, 9월에 있을 공연이 무척 기대가 된다. 올해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 공연들이란 사실이 참으로 행복하다.



그 밖에 갈매기와 비둘기 천국인 집 앞 공원, 영국 각지의 Waterstones 서점, 기차 타며 보는 풍경 등을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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