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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는

by 이가연

카드는 정말 정확하게 뽑혔었다. 내가 당시 해석을 못 했을 뿐이다. 당연히 2년 전보다 지금 타로 리딩 실력이 훨씬 낫다. 그런데 이 정도는 저 때도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아마도 마음이 커서 절대 해석 못 했을 것이다.



아래는 나, 위에는 걔, 12월부터 2월까지 한 장씩 뽑았었다. 보자마자, '아니. 내가 데스고, 걔가 컵8이면 어후.. 싶었다.' 타로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알겠다. 데스는 말그대로 죽음이다. 걔가 떠나서 내 마음이 사망 상태가 된 것이다. 심지어 월드 카드에서 죽음으로 흘렀다. 지금 이대로 만족했다. 지금 이대로 이게 완성형이라 생각하는 카드다. 여자친구가 이미 있는데 뭘 더 어째. 그냥 이대로 잘 지내길 원했다. 예를 들어, 짝사랑 상대에 저 카드가 나오면, 상대는 지금 상태를 완성이라 여겨서 더 발전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예로부터 이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억울했다. 그러나 내가 타로를 보든, 무당에게 물어보든 한 바로는 작년 8-9월에 원래 만나던 사람과는 끝난 걸로 나와서 지난 1년 동안 난리가 났었다.

걔에게 뜬 12월 힘 카드에서 1월 컵8 흐름도 정말 이제는 뻔히 보인다. 딱 봐도 내가 사자 같다. 그리고 발을 한 쪽만 내밀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나에게 절반만 보인 게 느껴진다. 저 여인이 사자에게 '가만히 좀 있어봐'하는 거 같다.

컵8, 마음이 있는데 등 돌리고 가는 거다. 특히 빨간 망토가 눈에 들어온다. 열정이, 마음이 있는데 가는 것이고, 정석대로도 저건 컵이 올바로 다 세워져있기 때문에 마음이 있어서 다시 온다고 본다는 카드다.

저 당시만해도 이걸 몰랐는데 2월 나에게 뜬 컵1, 특히나 데스 같은 흉악(?)한 카드 뒤에 뜨면 폭발, 오열로 본다. 저 컵에 흐르고 있는 물이 오열로 보일 때가 있다. 걔는 펜타클9, 혼자 있는 그림이라, 앵무새랑 얘기나 하는 그림이라, 공허했을 거 같다. 여자친구, 다른 사람, 다른 친구들과 재밌게 지냈으면 저렇게 혼자 외로운 그림으로 안 나왔다. 하지만 본인은 아주 잘났고,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믿었을 것이다. 자기 잘난 카드인데 그 안에 외로움이 있는 카드다.

나는 정석대로 리딩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 리딩을 한다. 직감 신뢰다. 그런데 단점은, 얘 질문만은 내 마음이 너무 반영되어 제대로 안 읽히는 것 같아서 늘 고민이다. 이건 지나간 카드 배열이라, 당시 상황을 이미 알아서 잘 보인다. 이렇듯 과거 기록은 다 공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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