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원 지음 / 세미콜론
p20 다른 사람의 일기라서 재미있는 걸까? 내가 쓴 일기도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 요즘 나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에세이 성격의 글을 제법 썼는데, 근래엔 거의 일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봤다. 나도 누가 스페인, 일본 가서 쓰는 일기를 보면 재밌을 거 같다. 지난달 2주 동안 영국에서 일기만 40편을 썼다. 하루만 지나도 잊어버릴까 봐, 기차를 탈 때면, 호텔에서 쉴 때면 열심히 글을 썼다. 그 글들은 전부 소장책에 실려, 사랑하는 사람도, 10년 후, 20년 후 나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할 거다.
p71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일을 꽤 오래 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더불어 이전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겼다.
- 어떻게든 더 잘하고 싶고, 이전보다 낫고 싶다는 강박이 있는 것. 그게 본업이란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영어에도 그런 강박이 있다. 네이티브랑 별 차이 없단 말을 듣지만, 나 스스로가 네이티브가 아님을 잘 안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내가 못 부르는 노래가 많음을 안다. 잘하고 싶다.
p72 2020년은 쉽지 않았다.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함께했던 사람들과 아쉽게 작별했고, 늘 하던 일도 달라졌다. 앞은 더 보이지 않는데 돌아갈 길도 딱히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가 아니었다고 해도 이런 상황을 겪지 않았을 것 같진 않다.
- 걔가 아니었다고 해도 어떻게든 내 사람의 기준을 세웠을 것이다. 그런데 덕분에 빠르게 되었다고 본다. 성인 이후로, 별 이상한 사람들이랑 대화하느라 시간과 감정 소모를 정말 많이 했다. 도파민 중독인지, 아무리 노력해도 고쳐지지가 않았다. 또한 그전까진 굳이 싱글이 아닌 미니 1집을 낼 필요성도 크게 못 느꼈다. 미니 1집을 내게 된 것도, 인간관계에서 내 길을 확실히 찾게 된 것도, '올해' 할 수 있었던 건 한 사람 덕분이다.
p106 미처 발표하지 못했던 곡들도 그렇겠지. 부담감을 내려놓고 60점만 받을 생각을 하면 곡 발표도 더 쉽게 할 수 있을까?
- 사실 최근에 낸 두 곡은, 100점짜리로 여겨지지 않는다. 어딘가, 뭔가 아쉽다. 그래서 낸 뒤에 거의 듣지 않는다. 그런데 미니 1집은 낸 뒤에도 자주 듣는다. 지금으로선, 100점짜리 앨범으로 여겨진다. 이러기 쉽지 않다. 저 자식이 퀄리티 떨어진다고 생각할까 봐... 농담이고, 쟤 마음에 쏙 드는 앨범 내려고 노력한 결과다.
p197 가수 xxx 씨가 데뷔 이후 음원 인세를 한 푼도 정산받지 못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톱스타로 오랜 시간 성과를 내왔음에도 응당 받아야 할 인세를 전혀 받지 못한 것도 황당한데, 그 이유가 자신이 부족해서라고 알고 있었다는 점이 너무 안타까웠다.
- 진짜 진짜 솔직히 말하겠다. 당시 그 뉴스를 보고 내가 든 생각은, '가수들 공부 좀 해!'였다. 뮤직 비즈니스 책 한 권만이라도 읽었으면 어땠을까. 갑자기 내 ADHD가 떠올랐다. 누군가가 "니가 ADHD라서 예민한 거야. 니가 원하는 게 과한 거야."라고 했을 때, 그런 가스라이팅에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공부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과 대화하고, 좋은 책을 읽는 것의 중요성을 늘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