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 사랑

도발을 가장한

by 이가연

"너 기준(눈)이 너무 높아. 당연하지. 이 배우 키가 190. 2cm"라는 인스타 게시글을 우연히 보고 든 생각이다.

얼굴은 닮았는데, 걔는 키가 나보다 쪼금 더 컸던 거 같다. 165 되려나. 억울해? 나오등가.

화낼 일은 아니다. 190이든 180이든 170이든 상관없단 것이니.

나도 원래 남자면 당연히 170 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 집 남자들이 다 176, 178이다. 내 키도 한국인 여자 평균인 161이니, 남자도 당연히 평균인 173 쯤 만날 거라 생각했다. 걔는 절대 170 안 넘을 것 같다.

억울해?

하다 하다 이제 이상한 전략을 쓰는 거 같아 보이는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설령 나랑 걸어 다닐 때 5cm 깔창을 신고 있었어서 160이어도 상관없단 뜻이다.

이거 뭐 도발을 가장한 러브 레터구만...

P. S. 혹시... 내가 외모가 못나서, 키가 작아서, 돈이 없어서 등등등 아주 별 이유로 연애나 결혼에 자신이 없으신 분들은 잘 들으십시오. 여자가 헷가닥 가면 아무것도 안 보여요. 물론 제가 보통 여자가 아니긴 합니다만... 어디 저만 그러겠습니까. 저도 보통 소개팅 같았으면 160이면 안 만나요. 얘만 그러는 거니까, 그런 한 사람이 있을 거예요.


P. S. 문득 영국 오빠가 해줬던 말 떠올랐다. 주변에 내 얘기하니까, "남자가 배가 불렀지 아주" 하면서 열받아했다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걔를 이기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