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 프리라이팅
이런 글이 나온 이유는 정녕 INFJ라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ESTJ면 모를까.
상황은 둘 중 하나다. 내가 노래를 낸 줄도 아예 모를 정도로, 최근 1년 동안 나를 신경도 안 쓴 경우와 노래 낸 것도 들었고 유튜브든 브런치든 보는 경우다.
중간이 있기 어렵다. 내 노래며 글이며 영상이며, 한 번도 안 볼 순 있어도 한 번만 보긴 어렵다. 어떤 사람이 나에 대한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있었단 걸 알았는데 그걸 한두 번만 본다? 인프제면 말이 안 된다.
아예 모르는 것 = 말이 안 된다
간간히 보는 것 = 이 걸? 하나 보기 시작하면 쭉 다 보게 되어있다
계속 보는 것 = 그런데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 사람을 괴롭게 냅둬? 말이 안 된다. 이 매거진 글 30개만 읽으면, 제 3자라도 그 고통이 너무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중간이 있기 어렵다는 게 나의 착각인가. 딱 몇 달에 한 번 정도만 생각이 나서 들여다보나. 그게 가능한가. 올해 내 브런치를 언제 접속했어도 관련 글이 하나는 상단에 보였을 거다. 유튜브도 비슷하다. 당사자면 감정이 소용돌이 칠 콘텐츠 천국이다.
영국 오빠와 늘 하던 말, 믿음이 있다. 진짜 싫었으면 진작 말했을 사람이란 거다. 내가 뭐든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이것이 가장 크다. 만약에 여자친구가 있는데 내가 계속 이러면, 가만히 있었을 사람이 아니다. 영국 오빠도 그거 때문에 날 지지해주는 거라 했다. 여자친구 쪽에서든, 걔 쪽에서든, 누구라도 나에게 뭐라고 했을 거라고.
이 생각에 몇백 시간 이상 쏟은 기분이다. 납득이 안 되어 무한 반복이다. 그만 하라는 말 한마디면 진작 끝났다는 말만 몇 번을 적은 것 같다.
영국 오빠가 얜 나랑 성별만 다른 수준이라 했다. 그렇다면 얘도 'ESTJ' 글을 봤을 때, 일리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어찌 사람이 딱, 16가지 유형으로 나뉘겠는가. 여러 개 겹쳐있을 수 있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예 모르는 것 = 여전히 말이 안 된다
간간히 보는 것 = ESTJ면 말이 될 수도
계속 보는 것 = ESTJ면 말이 될 수도
이렇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말이 안 된다. 아무리 MBTI를 갖다붙이고 해도, 말이 안 된다. 내가 본 모습은, 겉만 세고 속은 엄청 여린 놈이었다. 영국 오빠는 심지어, 나한테 그러고 걔 울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건 아니라 생각한다.) 하다못해, 계속 보고 있는데 너무 미안해서... 도 생각했었다. 그것도 말이 안 된다.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더 늦을수록 더 미안할 것 아닌가. 찾아보니 차단 당한지 638일 지났다. 깨어있는 모든 시간 품고 살았다. 컴퓨터 바탕화면 같다. 잘 때만 꺼진다. 정녕 너무 미안해서라면, 바보냐. 일분 일초마다 더 커지고 있다.
최면에서 본 모습이 정녕 상상이었을까. 아니다. 지금 시간이 좀 지나서 그렇지, 그당시에 결코 상상이란 생각이 안 들었다. 최면에서 가장 강렬했던 장면이, 학교 캠퍼스 벤치에서 걔가 내 옆에서 미안하다고 오열했던 모습이다.
나의 치유를 위한, 그저 나의 바람이 반영된 장면이었나. 아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물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