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HD advantage
비 ADHD인에게 ADHD 얘기하면서 가장 마주하기 싫은 말이, "그렇게 따지면 나도 ADHD겠다."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동생에게 들었다. 일단 ADHD 비율은 5% 내외다. 이 책을 산 이유는, 제목 자체가 'the ADHD advantage(ADHD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런던에 가장 큰 워터스톤즈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한국에서 주문했다. (놀랍게도 한국에서 사는 게 더 싸다.) 이런 책을 꼭 좀 찾고 있었다.
p7-8 ADHD에 진단되려면, 집중력과 충동성 이슈에 대한 중대한 문제를 겪은 경험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정상' 주의력 이슈와 ADHD 사이에 모호한 영역이 있다.
- 그래서 사람들이 "그럼 나도 ADHD겠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비 ADHD인 동생도 자기도 공부할 때 얼마나 집중이 안 되는 줄 아느냐 했다. 그러면 (일단 한숨이 나오고) 두 가지 얘기가 하고 싶어진다. 첫째는, ADHD인은 대신 하이퍼포커스 기능이 있어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때는 비 ADHD인과 달리 미친 능률을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루한 일을 시키면 누구나 지루하다. ADHD인은 기본적인 일상에도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이 닦기, 샤워하기, 밥 먹기와 같은 무한반복되는 일에 도파민이 안 나오는 것이다.
p17 ADHD인은 작든 크든 끊임없이 경험을 찾는다. 도파민 시스템 활성화를 위함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집중할 수가 없다. '저기 더 재밌는 게 있나? 아니야. 여긴 어떨까? 아니야. 계속 찾아!' 한다.
- 내가 이미 정기 봉사를 하고 있음에도 비정기 봉사를 매일 찾아보는 것도 이 일종이다. 영국 갔다와서 아직 시차적응도 안 됐는데, 요며칠 하루에도 몇 번을 마산, 창원 가는 기차표 새로고침하고, 네이버 항공권도 계속 인천-나리타 제일 싼 표가 나오나 봤다. 누구나 그럴 수 있겠지만, 나는 내가 일주일 내내 피곤한 상태임에도 그러는 게 좀 걸린다.
p18 두 조상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한 명은 계속 주변을 살피고, 뇌가 단 하나의 감각도 놓치지 않는다. 다른 한 명은 수풀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뇌에서 필터링시킨다. 둘 중 누가 음식을 구하고 살아남는데 유리할까. 열에 아홉 번은 그냥 바람소리겠지만, 열 번쨰에는 식사거리가 될 수 있다.
p45 사냥꾼이 잘해야하는 것에는 다음과 같다. 새로운 환경에 금방 적응하기. 빠른 결정과 본능적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중요한 것이 나타났을 때 하이퍼포커스하기.
- 사냥꾼이 잘해야하는 것들이 다 ADHD 장점들이다. 문득 든 생각이, 그 옛날에 ADHD로 태어난 여자들은 정말 힘들었겠다. 특히 양반집 규수들은 집에서 얌전히 자수나 놓길 기대하던 거 아닌가.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그중에 몰래 칼 쓰고 무술 익혀서 활약하던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p26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도파민 수치를 올리는 방법에는 음식, 강한 자극, 섹스, 인터넷과 핸드폰, 마약이 있다. 음식 중독, 성 중독,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익스트림 스포츠 중독, 마약 중독은 다 ADHD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 흔히 나타난다.
p27 이 보상 시스템을 일, 운동 또는 예술에 쓴 사람들은 엄청나게 성공할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그대신, 알코올, 마약 또는 도박에 쓰는 사람들은 안 좋게 끝날 수 있다. 너무 도파민이 적은 사람들에게, 그걸 더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이 있다.
- 그래서 올해 나는 내가 중독이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나도 중독이 하나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끊을 수가 없었다'고 몇년 간 상담에서도 계속 말해왔던 그것은, 사람 중독이었다. 징글징글하다, 토할 것 같다라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픈 채팅, 당근 마켓, 소개팅 앱 등 수단만 이거저거 바꿔가며 계속 사람을 찾았었다. 토할 것 같으면 쉬었다가 다시하고 다시하고 반복이었다.
아래 글을 쓴 이후로, '내가 진짜 이 고리를 끊었구나.' 느꼈다. 저건 단순히 남자 얘기가 아니다. 정말 담배, 알코올과 마찬가지로 내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도 끊을 수가 없던 '중독'이었다. 이젠 내가 어떤 사람만 친구할 수 있는지도 알고, 적어도 친구 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두달로 안 끝나는 연애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확실히 알아서, 8-9년 만에 마음을 놓을 것 같다.
다음 장부터는 ADHD에 대한 장점을 본격적으로 설명한다고 한다. 보라. 나는 책도 가만히 못 읽는다. 대학생 때는 도서관에서 한 사람당 10권씩 빌릴 수 있다기에, 책을 7-8권씩 쌓아두고 조금씩 여러 권 읽었다. 분명 매일 책을 끼고 사는데, '요즘 무슨 책 읽냐'고 누가 묻기라도 한다면 뭘 말해야할지 몰라해왔다. 한 권을 진득하니 며칠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뭐 어떤가. 어쩄거나 책 많이 읽는 사람이다. 일주일에 한 권 읽어가지고 만족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런게 다 장점이다.
이렇게 바로바로 글로 출력해야, 보상 시스템이 돌아가나보다. 읽음과 동시에 글을 조금씩 쓰니, 계속 읽을 맛이 나는 것이다. 글이라는 보상이 바로 딸려오기 때문이다.
ADHD 책 필요 있나. 나를 관찰하면 내가 살아있는 ADHD 교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