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아이는 어른의 거울

아빠가 자꾸 나가라고 해요!

by 마들렌

앞서 가정폭력, 성폭력 등의 피해와 피해자에 관련된 몇 건의 케이스를 언급해 보았다. 가정폭력이 있으면 자연히 파생되는 것이 아동학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가족 구성원이 부부만 있다면, 가정폭력과 성폭력이 같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상황에서 또다시 부부 강간을 자행하는 경우의 피해가 접수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다면 아동학대가 발생할 것이다. 부모의 말다툼으로 일어나는 고성과 신체적 폭력, 집안의 집기를 던지고 파손되면서 발생하는 소음, 비명...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을 현장에 있는 아이들은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부모의 싸움과 폭력으로 아이들은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으로 크나큰 상처를 받게 된다.


센터에서 만나는 아동학대 피해자는 부모의 싸움으로 시작하여, 자녀에게 화풀이하여 구타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아동의 사소한 잘못(말대답을 하거나, 버릇없는 행동, 게임을 계속함,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잘 타이르지 못하고 격분하여 매질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아동이 학교에 갔다가 교사가 아동의 몸에 난 멍자국 등을 발견하여 신고하게 되고 피해 사례로 접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경우, 부모는 가해자이기 때문에 센터에 방문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센터는 피해자 지원기관이라 가해자 또는 행위자는 내방할 수 없는 규정이 있고, 아동은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담당자나 보호시설의 사회복지사와 내방하는 것이 보통이다. 신뢰관계인 동석하에 국선 변호사와의 법률적 상담도 진행된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보건 복지부에서 집계한 [2019 아동학대 주요 통계] 자료를 몇 가지 게시하였다.


1. 신고건수


2019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집계된 전체 신고 접수 건수는 총 41,389건으로 전년* 대비 약 13.7% 증가했다. 이 중 응급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1,460건,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36,920건으로 총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전체 신고 접수의 92.7%로 나타났다. 이외 동일 신고는 449건(1.1%), 일반상담은 2,560건(6.2%)이었다

[2019 아동학대 주요 통계(보건복지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자료를 살펴보면, 신고건수와 발생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센터에 피해자 지원을 위해 동행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사회복지사)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신고건수가 너무나 많아서 업무가 폭주할 지경이라고 하였다. 신고 접수된 사례 중에는 경미한 피해도 있지만, 긴급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심각한 피해사례도 있다고 하였다.




갓 중학생이 된 여학생이 자신의 아버지를 아동학대로 신고하여 센터에 피해자인 동생과 내방한 적이 있었다.

상담실에 마주 앉아서 상담을 하는데, 아동의 표정이 복잡해 보였다.

많이 힘들었겠지만, 어떤 것이 가장 힘들었냐고 질문을 하니, 아이는 툭하고 내뱉었다.


"아빠가 자꾸 나가라고 하잖아요! 나갈 때도 없는데..."

심각한 상황에서 갑자기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미쳤나, 이 아이의 아빠는??? 아니, 아이에게 어디로 나가란 말인가? 아이의 말로는 아빠가 집에 와서 잔소리하는 것은 참겠는데, 기분이 상하면, '집에서 나가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고 한다.
그 말을 계속 듣다가 보니, 무서운 생각도 들었고, 갈 때도 없는데, 왜 자꾸 나가버리라고 하는지 원망스러워서 신고를 했다고 하였다.
.......
젊은 아빠는 벼랑 끝에 아이를 내몰고는 아비인 것에 유세를 부리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좀 지난 뒤 사건의 진행 상황을 확인해보니, 자매는 집으로 갔다고 하였다. 아동의 아버지는 가해자 조사를 받고 난 뒤, 아이와 대화하여 재발방지를 약속하였고 그런 아버지를 믿기로 하고 자매는 원가정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하였다. 아동의 양육을 책임져야 할 부모가 도리어 아동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



다른 케이스에서 만난 아동의 부모는, 무조건 아이 탓을 하였다. 말을 잘 안 들어서 1대 때렸다고 하면서...


"어머니는 그 나이 때 부모님 말씀을 잘 들었나요?"라고 되물으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왜 아이를 철이 없다고만 하는지? 아이니까 철이 없는 것이다.

이제 세상에 태어난 지 10년 미만 또는 10대를 시작하는 12~3살 정도 되는 아이가 세상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그런 대상을 자신의 잣대로 재다 보니 성에 안 차는 것이지.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모른다는 옛말이 있다. 다 그 시절을 거치면서 성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보듬어주어야 하고, 좋은 말로 타이르면서 보살펴야 하는 것이 자녀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살과 피를 나누어 가졌는데 소중히 다루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머니들은 알고 있지 않나? 잘 때는 천사 같은데, 눈만 뜨면 악동 같다는 말을... 그것이 일종의 성장통이 아닌가 싶다.


2. 신고자 유형


응급 아동학대 의심사례 및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신고 접수된 38,380건에 대한 신고자 유형을 살펴보았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8,836건(23.0%)으로 나타났으며, 세부적으로는 초·중·고교 직원이 5,901건(15.4%), 보육교직원 448건(1.2%) 순으로 높게 보고되었다.


[2019 아동학대 주요 통계(보건복지부) 자료 참조]

위의 표에 있는 것처럼 신고의무자는 많다.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도 피해상황을 목격하게 되면 112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를 하는 것이 맞겠다. 나의 관심이, 우리의 관심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3. 학대 행위자

[2019 아동학대 주요 통계(보건복지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가장 많은 학대를 하는 사람이다.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 학대, 노인학대 등 같이 살고 있는 울타리 안에서 가장 많은 학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동학대 치사사건 등의 가해자가 부모라는 점에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아동이 가장 편안하고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고 죽음을 당해야 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끔찍하고 슬픈 일이다.


부모의 학대로부터 분리되어 보호시설에 가게 된 아동은 원가정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독립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의료비 지원 요청을 한 젊은 여성은 아이를 출산하였지만,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지 못해 아기를 보호시설로 보내야 했던 케이스였다.

늦은 시각 응급실의 지원 요청을 받고 갔다가 만난 피해자는 젊은 아기 엄마였다. 상황을 파악하면서 사무실로 오는 길에 대화를 나누어 보니, 사람이 악해서가 아니라, '너무 무지해서 죄를 짓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정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고 성장하였더라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이 젊은 부인은 친모가 자신이 어릴 때 가출을 하는 바람에 보육시설에서 성장을 하였고, 사회로 나갔다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아는 것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었던 이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 참 막막했다고 표현하였다.



아동은 어른의 거울이다. 부모를 통하여 세상을 보게 된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속하게 되는 가장 작은 공동체는, '가정'이라는 울타리이다. 그 안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예외도 있기는 하지만, 이 예외의 경우는 일반적인 울타리가 건강한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때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수년 전에, 성폭력피해로 출산한 피해자의 아기를 영유아 보육시설에 데려다준 일이 있었다. 원장님은 운전을 하고, 나는 태어난 지 1주일이 채 안된 너무나 작고 여린 아기를 안은 채로, 어둠을 뚫고 아기를 받아 주기로 한 기관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잘못 안으면 부러질까 봐, 불면 날아갈까 봐, 움직이면 아기가 깰까 봐 숨도 제대로 못 내쉬면서, 아기를 안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입소정원 30명이 최대 인원인데, 내가 안고 갔던 아기가 98번째(?)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미 침대는 정원을 초과하였고, 침대방 한쪽 바닥에는 두툼한 이불을 깔아놓았고, 그 위에 포대기에 쌓인 아기가 줄지어 누워 있었는데... 그 광경을 보고 너무나 놀랐던 적이 있었다. 일손이 부족해서 그 많은 아기를 제대로 한번 안아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미안하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참담한 심정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입양특례법이 막 개정이 되어, 호적에 올려야만 입양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낙태의 시기를 놓친 피해자는 성폭력피해의 소산물인 아기를 양육하지 않기로 결심을 한 것이었다. 태어나면서 버려져야 하는 아기의 운명이 얼마나 슬픈가? 환영받지 못하는 아기의 출생이 얼마나 기구한가 말이다.


아이는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

어, 태어나니, 부모가 금수저! 아니면, 태어나보니, 부모가 흙수저!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지만, 생명의 탄생은 신비이며,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어떤 부부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수년 동안 공을 들이기도 하는데, 어떤 경우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자기 자식을 홀대하고 박대하더니,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니, 어떻게 보면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의 눈물

자녀의 양육은 부모의 책임이며, 권리이다.

아이의 여리고 보드라운 피부에 피멍이 들게 하지 말자. 아이의 사슴 같은, 때 묻지 않은 눈망울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지 말자. 아이의 작은 가슴에 두려움과 슬픔이 숨어들게 하지 말자.

살다가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더라도, 아동을 유기하거나 학대해서는 안된다. 아동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독립된 인격체(아동권리헌장)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