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들렌 Mar 08. 2022

생명의 신비

끈질긴 생명력, 고마운 생명력

사무실에 녹보수가 한그루 있다. 

가을에 경기도에서 손님이 오시면서 선물로 주고 간 그때는 무탈하게, 푸르게 잘 자랐다. 

하지만,... 겨울이 오고, 날이 추워지면서 이 식물의 수난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이 많으면 뭐하겠나? 식물에게 마음을 쓰는 사람이 없는데...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보니, 어? 화분이 어디 갔지? 

아휴~ ㅠㅠㅠ... 많지도 않은 화분이 어느 날 창고의 욕실에 들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배려한 것이었다는데, 문제는 물을 너무 많이 준 것이 화근이 되었다. 수도꼭지가 얼지 않게 쫄쫄 쫄 흘리는 호스를 하필 왜 그 화분 위에다 올려놓았을까???

그 생생하던 이파리는 힘을 잃고, 생기를 잃어서 빛이 바래져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몇 날 며칠을 어두운 곳에 혼자 덩그러니 두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서 일하다 말고 나와 그 화분을 복도에다 다시 내놓았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었는데, 그게 하필 보일러실 옆이 되었다.


한동안 살펴보니, 한 그루의 나뭇가지 중에 보일러실 쪽의 이파리들이 시들시들 힘이 없었다.

왜 저렇지??? 

문득 TV의 [서프라이즈]에서 보았던 내용이 생각이 났다. 식물도 음악소리에 반응을 한다고 했는데, 하루 종일 돌아가는 보일러실 옆에서 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신경쇠약에 걸린 것일까?

생각을 해보니, 나라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몹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다가도 저 식물이 죽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은 나뿐이라, 저 애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까운 꽃집으로 달려가서 화분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살려볼 방법을 궁리하기도 하였다. 

보스에게 자청해서 화분 담당이 되겠다고 하였다. 

장소를 물색하다가, 바람도 잘 통하고, 햇볕도 잘 드는 옥상으로 통하는 복도 쪽으로 이동을 하였다. 

이곳에는 아무것도 두지 말라고 한 곳이어서 고민을 하긴 했지만,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적어도 외롭지는 않을 것 같았고 춥지도 않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물 주지 마세요!"


라고 노란 포스트잇에 써 붙여 놓았다.

물을 먹을 만큼 먹었던 지라, 이제는 토해내어도 시원찮을 상황인 것 같았다.


며칠을 살펴보면서, 마르고 누렇게 시든 이파리와 가지를 과감히 하나하나씩 쳐내니, 조금은 볼만해졌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놀랍게도 새순이 올라왔다! 

마른 가지에서 초록의 새싹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오고 있었다.

근무하는 동료 선생님을 한 명씩 데리고 나와서, 잠깐씩 눈길을 좀 주라고 재촉하기도 하였다.

주말을 보내고 와서 제일 먼저 달려가서 살펴보는 것이 이 화분이 되었다.

                                              [빈약해서 안스러운 마음마저 들었는데...]


                                          [죽은 줄 알았던 마른 가지에 새잎이 돋아났다]


                                   [나날이 쏙쏙쏙 ...어디서 그렇게 새 잎이 돋아나는지...?]


[잎이 제법 커졌다. 조만간 가지가 덮일 것 같다]

시간을 내어서 물도 주고, 눈길도 주고, 가지를 이쪽저쪽 쓰다듬어주면서 기운을 더 내서 살아야 한다고 속삭여 주기도 하였다.


'사랑을 받은 생명은 배신을 하지 않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전에도 다 죽어가던 식물을 살려내 본 경험이 있으니까...

사람의 손길이 가고, 안 가고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아이야, 무럭무럭 잘 자라라!

너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어보아라!

너의 푸르름으로 사람에게도 휴식과 편안함을 나누어주기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운전 좀 살살하시면 안돼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