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책임감의 크기
고양이 입양동의서 때문에 한 며칠 기분이 언짢아 있었다.
며칠을 화가 나 있다가, 친구의 말이 떠올라 나는 다시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접속하여 이리저리 살펴보게 되었다.
귀한 인연을 만나려고 하는가 보다. 보호센터가 거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네게 맞는 곳이 있을 거야.
그런가?
라고 생각하고 다시 전화를 걸어보게 되었다.
"지자체마다 달라서 그럴 수도 있어요. 시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그런 말 할 수도 있어요. ~ 1인 가구라서 안되지는 않아요."
라고 하면서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는 곳이 있었다.
한 녀석을 찜했다가 순번 4번이라 밀리고 나서 며칠 뒤, 다시 ㅍ유기동물보호소에 전화를 하여 ***3*4번을 신청하였다. 이내 담당자가 내가 1번이라고 하였다.
우와~ 드디어... 내가 1번이라고!
전화통화를 끝내기 전에 다시 되물어 보았다. 1번이라고 확인시켜 주었다.
나는 다음날 연차를 내고, 그 아이를 보러 오전에 보호소에 가기로 예약을 하였다. 보호소의 아이들이 낯선 사람의 방문에 예민해질 수 있으니, 시간을 정해서 방문해 달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 녀석이 궁금하기도 하였고, 동물보호소가 어떤 곳인지 직접 보고 싶었던 것이다.
화창한 봄날 여유 있게 집을 출발하여 1시간 조금 넘게 운전을 하며 가는 도중에도 나는 그 아이의 눈빛이 어떨지 진짜로 궁금했고, 직접 보고 싶었다. 과연 어떤 눈빛일까?
찾아간 곳은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강가에 자리 잡은 허름한 농장 같은... 조금은 낯선 모습을 한 곳이었다. 사무실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전화를 하였더니, 담당자가 나를 찾으러 나와서 곧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예약한 이름과 찜한 동물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안내해 주는 곳으로 따라갔다. 어둡고 작은 방에 각각의 케이지 안에 몇 마리의 고양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천천히 방을 한 바퀴 돌다가, 내가 "이 아이네요."라고 말하자, 가만히 엎드려있던 그 녀석이 눈을 반짝이며 벌떡 일어나 내쪽으로 다가왔다. 반기기라도 하듯 야옹거리며 앞발을 내밀며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마치 나를 아는 것처럼...
나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뻗은 아이의 앞발을 악수하듯 잡으면서, "너구나!" 하며, 그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오드 아이...
저 털 색상에서 오드아이가 나오기는 참 드문 일일 텐데..., 그래서 내가 찜한 것이다.
8개월령의 검정과 흰색이 섞인 작은 고양이는 '나를 데려가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고, 옆 케이지에 있는 예쁜 장모의 고양이는 '나는 너한테 관심이 전~혀 없다.'는 듯 도도 미를 뿜어내고 있었다.
담당자는 칩 이식, 고양이 범백 등과 몇 가지 안내를 해 주었고, 공고기간이 끝나면 다시 내게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돌아오면서 나는 점점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에 봐 두었던 고양이 백과사전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몇 년 차 집사들도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 실려있다는 후기들을 보고는 이제는 진짜로 이 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집에 올 손님 같은 엉뚱 발랄할 고양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였다.
한 생명을 가족으로 맞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진지하게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가 가까이 온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길 위의 묘생이었던 고양이를 데리고 오던 날, 보호소 담당자의 요청으로 케이지에서 직접 꺼내어 안고는 인증숏을 남겼다. 잘 키워달라는 담당자를 뒤로 하고 집으로 데리고 와서 맨 먼저 한 일은 목욕을 시키는 것이었다. 쓰다듬으면 손이 기분 나쁠 정도였으니 병원 가기 전에는 꼭 씻겨야만 했다.
전날 고양이 샴푸를 사고, 어떻게 씻길까 걱정 반, 고민 반을 했지만, "한다면 한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아이를 이동장에 꺼내었다. 38도 정도의 따뜻한 온수를 대령하고는 대야에 앉히고, 물을 살살 묻히자마자 빠르게 목욕을 진행하였다. 어린 생명은 두발이 물에 닿자 저도 꼬질꼬질함이 미안했는지 체념하듯 순순히(?) 협조를 해 주었다. 다행히 심하게 긁지도 않았고, '야옹야옹' 소리 몇 번 하고는... 꺼머튀튀한 거품이 수르르 내려가기를 몇 번 되풀이되자 조금은 깨끗해진 것 같았다.
눈에 거슬리는 미색의 밥풀떼기 하나는 도무지 뭔지 몰라서 동물병원에 달고 갔다.
크윽! 진드기라고? 이게???
사실 나는 진드기를 난생처음 보았다. 너라는 아이로 인해서...
그렇겠지. 사람 손에서 깨끗하게 길러진 아이가 아니니 그럴 수밖에...
의사 선생님이 진드기로 인한 감염 증상이 있을 수 있으니, 1주일에서 열흘 정도 잘 먹고 잘 싸는지 지켜보고 난 뒤 예방접종이나 칩 등록을 하자고 하셨다.
아침저녁으로 화장실을 청소해 주고, 뭘 잘 먹는지 몰라서 종류도 다양하고 푸짐하게 사료와 간식을 대령해 주었다. 의사 선생님 왈, "고양이가 비만이 될 확률은 낮으니, 성장기인 지금은 g재지 말고 일단은 많이 주라."라고 하셨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저녁을 먹이고 난 뒤 화장실을 정리하는 내 옆을 어슬렁 거린다. 작은 볼일을 보고는 빠르게 모래를 긁어모으는 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저 조막만 한 손을 어쩌면 저렇게 빛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 너라는 아이는 참 희한한 생명체구나!'
친구로부터 반려인이 된 것을 축하받으며, 선배 반려인으로서의 조언을 이것저것 얻어 듣게 되었다. 친구가 강아지 2마리 키우는 것을 긴 시간 지켜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았지만, 내가 직접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자연히 많아졌다.
짬짬이 책으로 배우고,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도움이 되기도 하였다. 아이에게 외출할 것을 알려주고 낮동안은 사라졌다가 저녁에 돌아올 때는 미안한 마음에 장난감을 사들고 오기도 하였고, 신나게 놀아주기도 하였다.
모처럼의 휴일, 이 녀석이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서로를 탐색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사냥 놀이에 진심인 이 녀석은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쏜살같이 튕겨나가기도 하였다. 쪼꼬만 녀석이 터닝은 어떻게 이렇게 잘할까!
장난을 치고, 빗질을 하다가 발견한 두 번째 진드기를 빼내러 동물병원에 다녀오고는 너무도 얌전하게 이동장에 실려오는 녀석이 안쓰러워 낚싯줄을 가져왔더니, 어느새 활기를 되찾고 정말 열심히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이 되어주었다.
고양이가 말은 할 수 없어도, 인간 집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내용을 인터넷에서 읽은 적이 있다. 물론 개와 같은 종류의 반려동물들도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간사 희로애락에 반려동물을 포함시켜서 키우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가 내 생활 영역에 들어오므로 해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그 나머지는 책임감과 관심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누군가를 돌보면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어가야 한다는 것을 마음으로 인정하고 천천히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이는 거실...
어느덧 소파 위에서 맛나게 낮잠을 즐기는 냥이님의 식사를 마련하러 갈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