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언제 즈음 내게 올 수 있을까?

1인 가구, 가족의 동의서를 제출하라구?

by 마들렌

수년 전부터 내 집이 생기게 된다면,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서 같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사를 다닐 때, 주인세대에게 동물을 키워도 되는지 물어보았지만, 대부분 난색을 표시하였기 때문에 나의 바램은 자꾸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주인 입장에서는 집이 망가지는 것이 싫어서겠지. 그래서 오랫동안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던 것을 이제는 나만의 안정적인 공간이 생기게 되었으니, 실행해보려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동안 동물농장을 열심히 보면서, 동물들의 심리상태를 알아갔고, 사람과 동물과의 교감 또한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또 오랜 친구의 반려견을 가까이서 보아왔고, 반려묘에 대해 들으면서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행복감과 기쁨 그리고 동반자로서의 무게와 활기가 어떤 것인지도 배워나가고 있었다. 틈틈이 인터넷 사이트를 뒤적거리며 고양이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초보 집사가 될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부터는, 하루하루의 고단함을 씻고 잠들기 전에는 인터넷 동물 사이트를 찾아가 들어가서' 댕댕이', '고냥이'들의 천방지축 활극을 보면서 "아이고 에뻐라~" 미소 지으며 잠을 청하곤 하였다. 나도 하루빨리 그 따스하고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멀리 사는 언니가 17년을 키우던 강아지를 무지개다리 건너로 떠나보내고 나서, 너무도 슬픈 마음이 들어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막내아들의 치료를 위해서 다시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게 되었단다. 어린 시절, 외가에 왔다가 이모인 내게 제일 먼저 눈에 띈 늦둥이의 이상반응이 염려가 되어, 미국으로 돌아가거든 의사를 찾아가게 하였던 것인데... 그 녀석이 자폐 경계선 판정을 받게 된 것이었다.


의사는 형들과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지능은 높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그 아이를 위해서 친구가 되어줄 존재가 필요하다고 하였던 것 같다. 가끔은 그 아이를 지켜주면서, 때로는 서로를 보살피고 교감하면서 책임감과 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게 하는 동물매개치료(Animal-assisted therapy) 제안하였던 것이다.


아이를 위해서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리고 온 검정색의 1살짜리 레브라도 리트리버는 보호소에서는 정말 얌전하였다고 하는데, 집으로 데려오자마자 본색(?)을 드러내며 에너지가 넘치는 말썽 꾸리기로 돌변했다고 하였다. 처음 언니네 집을 방문한 7월은, 리트리버가 털갈이를 하는 때라 그 아이가 뿜어내는 털이 온 집안에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동물을 접하는 나를 처음에는 경계하더니, 며칠 지나자 친한 척하면서 내게 달려와 앞발을 내 가슴까지 올리며 애교를 부리며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어 대는 모습에 나는 기겁을 하고 그 아이를 밀어내기도 했었다. ㅋㅋㅋ...

DSC03455.JPG [나 때문에 마당으로 쫓겨난 버디-쪼금... 불쌍해 보인다]


4년이 지나서 다시 그곳을 방문하였다.

그 녀석의 이름은 '버디(berdy)'였다. 버디는 나를 보고 잠시 동안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나의 냄새를 기억해내었는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서 내 주위를 폴짝폴짝 뛰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정말 감개무량하여 진심으로 그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영리하고, 기특한 녀석... 이래서 사람들이 동물을 키우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고양가 내 마음을 끌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글쎄...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는 강아지보다는 고양이가 내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었다.


자연친화적인 직장에 근무할 때,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주방 쪽에 쥐란 놈이 출몰하여, 부랴부랴 이쪽저쪽에 연통을 넣었더니, 자원봉사자가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고 하면서 흰색의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다주고 갔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해보니, 책상 위에 앉아서 울고 있는 쪼꼬만 냥이 녀석이 내 레이더에 들어왔다.

어미와 떨어진 것이 서러웠는지, 아니면 낯선 환경이 무서웠는지... 울다가 목이 쉬어버린 듯 허스키한 소리를 내고 있다가, "너 고양이 맞니?" 하고 묻자, "야옹!" 하고 대꾸를 하는 것이었다.


귀여운 모습에 다들 넋을 놓고 모여서 보고 있으니, 보스가 와서, 버럭 하였다.

"일은 안 하고 다들 뭐 하는 거예요! 당장 밖으로 내보내세요!"라고 하였다.

아쉽지만, 그 녀석은 주방 쪽으로 거처를 옮겨가야만 했다.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 녀석을 보러 갔고, 지름길을 마다하고 빙~ 돌아서 날마다 눈도장을 찍으러 갔다. 점심 식사 후에는 아깽이의 재롱(?)을 보며 즐거워하기도 하였다. 1년 정도가 지나자 성묘가 된 냥이는, 애기 때와는 달리 마실이 잦아졌고, 시간도 길어지더니, 도도 미(美)까지 한껏 뽐내기도 하였다.




나는 고민 끝에 유기묘를 입양하려고 마음을 먹고는, 이리저리 정보를 찾다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알게 되었다. 전국에서 올라온 유기묘에 대한 공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퇴근 후에는 거의 매일 들어가서 보호 중인 고양이를 검색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공고기간을 확인해 보고, 너무 멀면, 데리고 올 때 고양이가 힘들 수 있으므로 적당한 거리에 있는 보호센터의 냥이를 검색해서 전화도 걸어 보게 되었다.


동물보호센터마다 입양 절차가 달라서 어떤 때는, 선착순에서 밀렸고, 어떤 때는 입양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조기 종료가 되기도 하였다. 어떤 곳은 입양신청서를 받아서 작성하다가, "알레르기 검사"를 해 보도록 권유하는 항목이 있어서 검사는 하였는데, 결과를 보러 갈 시간이 없어서 지체하다가 신청서 제출을 늦게 하는 바람에(아마도), 탈락의 이유가 되기도 한 것 같았다.


며칠 전의 일이다.

센터마다 절차가 달라서 미리 전화했더니, 공고 마지막 날 다시 전화하라고 하였다. 며칠을 더 기다리다가 전화를 하였더니 이것저것 질문을 하였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있는지, 입양을 하므로 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는지, 집은 자가인지 아니면,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등이었다.


그리고 [동물사랑 배움터]에 회원가입을 하여 교육을 듣고 수료증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입양 후, 1년 동안 사후관리를 하며, 방문 가능에 대해서도 안내를 받았고, 사진을 보내줄 수 있느냐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말에 말문이 막히고 화가 나기 시작하였다.

동의서? 가족들이 입양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란다. 내가 1인 가구이며, '비혼'이라고 3번이나 말을 했더니, 상대 쪽에서 가만히 있다가, 배우자를 제외하고, 다른 직계가족[법률적 의미의 직계가족은 직계혈족 가운데 본인과 배우자, 부모와 자녀를 의미한다고 간주할 수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1항, 7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25조의 2)]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하였다.

무엇 때문에 요구하는지는 알겠다. 불쌍한 아이를 입양해 가서 개인적인 문제로 파양 하거나 또다시 거리로 내몰지 않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순간적인 기분으로 신청하는 것도 아닌데..., 내 나이에 직계(부모님)가 얼마나 살아계시려나? 안 그러면 형제들의 동의서를 받아오란다. 더 화난다.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내 형제들은 동물한테는 관심이 1도 없는 사람들인데...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우와~ 진짜!!!

"1인 가구는 보호센터를 통해서 입양하는 것은 정말 어렵겠네요." 하고는 끊어버렸다. 정말 오래간만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근무시간에 사적인 전화를 잘하지 않지만, 너무 화가 나서 멀리 있는 친구에게 나의 이런 기분에 대해 카톡을 날렸다. 강아지를 17년째 키우고 있는 친구였다. 이 친구는 내 마음을 이해해 주겠지 하면서...


친구의 조언으로 다른 곳에 전화를 해보니, 센터마다 절차가 다르기는 하지만, 1인 가구라서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한편으로는 다행이지만, 언짢은 마음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거실 한쪽에 놓여있는 숨숨집과 이동장을 우두커니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베란다 한쪽에 놓여있는 냥이의 화장실과 식기, 간식, 장난감 등...

20220319_190651-01.jpeg [집주인을 기다리는 빈 집]


내 오랜 벗은 강아지를 16~17년째 키우고 있다. 할아버지가 된 한 녀석을 3~4년 전에 먼저 보내고 나서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고, 지금 동거 중인 다른 강아지는 사람 나이로는 할머니가 되시는 지라 지금까지 잘 모시고(?) 살고 있다. 또 한 지인은 고양이 2마리를 거의 15~6년째 키우면서, 한 마리를 최근에 고양이 별로 보내고 나서 아파하는 것을 보았다. 한 생명을 가족으로 거두어들이고,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느끼는 기쁨과 행복 그리고 슬픔이 인간사(人間事)와 비교해 볼 때, 시간적으로는 짧을 수도 있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는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고양이를 입양하려는 이유는 뭘까?

일을 하고 있고, 집안에서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장비도 다 갖추고 있고, 여행도 다니면서 나름 바쁘게 지내느라 사실 외로울 틈은 없다. 남편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지만, 가까이에 친구 같은 말벗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끔 들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사람 같으면서도 예측불허(?)한 정신세계를 가진, 식구가 1놈(?) 정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몇 년 전에 본 영화 한 편이 내 생각을 굳건히 하는데 한몫을 하였다.

[내 어깨 위에 고양이 밥 (A Street Cat Named Bob , 2016 제작)]이다. 술과 마약에 절어 노숙자 신세가 된 한 사람의 인생을 180도 바뀌게 한 주인공이 '고양이'라는 사실이다.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의지하였던 것 같았다. 한 사람을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인물로 변화하도록 힘이 되어준 작은 생명체이자 반려동물인 '고양이'에게서 무한한 에너지와 매력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실화라서 더욱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나를 워커홀릭이라고 하기도 하였고, 사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다른 곳에는 마음을 쓸 여유가 없었다.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 꿈도 꾸지 못했던 그 일을, "고양이 입양"을 이제는 해보려고 한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나의 온기를 나눠줄... 내 엉뚱한 식구 그리고 가족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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