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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Apr 23. 2023

꼬리 좀 흔들어 보렴?

은비의 수난사

낚시 놀이를 열심히 했다. 

정신없이... 뛰고, 달리고, 점프, 그리고 착지

쿵! 

아이코! 우짜겠노~ 되게 아프겠다!


쌩하고~ 은비는 다른 방으로 사라져 버렸다. 

재미나게 놀았는데, 그만 엉덩이를 찧고 말았다. 되게 아플 텐데... 

아이가 다칠 수 있는 건 다 치웠다고 생각했는데, 하필 문갑의 동그랗게 튀어나온 손잡이에 엉덩이를 찧고 말았다.

은비야, 너 괜찮아?

은비가 쌩하고 사라져 버린 방으로 가서 가서 불을 켰다. 

은비는 세워놓은 매트리스 뒤에 웅크리고 있었다. 이쪽저쪽 쓰다듬으면서 어디 상한 데는 없는지 살펴보았다. 피는 안 나지만, 좌측 엉덩이 쪽이 되게 아플 텐데... 이 녀석은 말이 없다.

 (사실은 원래 말을 못 하지)

아마도 눈에서는 이 번쩍였을 것이고, 엉덩이에서는 이 났을 것이다.




1주일째 은비는 기분이 가라앉아 우울해 보였다.

먹돌이가 먹기는 먹는데 조금씩 남겼다.

기분을 풀어주려고 낚싯대를 흔들었더니,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기겁을 하고 달아나버렸다.

그리고 또 어둠의 방으로 숨어 들어갔다.

......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기운 없이 걸어다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되어서 조금 일찍 퇴근한 날, 아이를 이동장에 밀어 넣고는 병원엘 갔다. 이런저런 상황을 설명하였더니, 의사 선생님은 살펴보자고 하면서 들어갔다.

곧이어 들려오는 은비의 비명소리! (아이고 어떻게 만졌길래 저런 소리가 나노?)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가 저렇게 소리를 지르다니... 미안한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X-ray를 찍어보니 다행히 골절은 없었다. 하지만, 꼬리를 1주일 넘게 올리지 못하는 것이 혹 신경이 손상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하자, 좀 더 지켜보자고 하셨다. 

소염진통제 주사를 1대 맞아서 그런지 축 늘어져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은비는 또다시 어둠의 방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다음날이 생일(우리 집에 온 날)인데..., 내가 잘 못 돌봐서 고장이 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난생처음 풍선을 불고, 누군가를 위해 파티 준비를 해 보았다.

은비는 집사가 아침부터 이상한 것들을 잔뜩 펼쳐놓고 뭘 하고 있는지 옆에서 얌전히 지켜보고 있었다.

불어놓은 풍선이 터지자, 깜짝 놀라서 쏜살같이 달아나기도 하였다.

[은비의 1주년 기념]


"짜쟌~! 너를 위해 준비했어, 은비야!"

...?? (뭐 하냥, 집사?)



니는 내 모습이 웃기냐? 

몇 년 전, 직장 동료가 입양한 강아지 푸들의 첫 생일파티를 했다고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속으로 나는 '뭐 이렇게 까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내가 그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참 사람일은 알 수가 없는 것인가 보다. 닥쳐봐야 알 수 있고, 겪어봐야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는 것 같았다.


내년에도 내가 이런 이상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어머니 말씀처럼 내 집에 온 귀한 인연의 첫 생일을 맞이하여 나름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려고 댓바람부터 풍선 불어대다가 앞이 노~래져서 쓰러질 뻔했다. ㅎㅎㅎ...


은비야, 꼬리 좀 올려봐~



주사를 맞고 온 다음 날, 늦은 밤에 내 눈에 포착된 것은... 은비의 꼬리가 휘리릭~하고 반이 올라가는 것이었다.

속으로 '우~와!'


사실 냥이들이 꼬리로 얼마나 많은 감정 표현을 하는지 냥이 집사님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고양이가 꼬리가 고장 나면 얼마나 안타까울지 생각만 해도 슬펐던 시간이었다.


하루~

이틀~

사흘~ 


주말이 다가와도, 꼬리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또다시 아이를 들쳐 매고 병원에 갈 생각을 하던 중이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꼬리를 살짝~ 흔들기도 하고, 바닥에 비스듬히 누운 체 탁탁탁 치기도 하고, 자기 꼬리를 물고 장난을 치기도 하였다. 그리고 꼬리를 펑 부풀려서 살랑~살랑~ 흔들면서 걸어 다닌다. 마치 작은 호랑이처럼... 

한동안 안타깝게 쳐다만 보던 장롱 위를 아주 가볍게 날아오르듯 올라가는 것을 보니... 이제 컨디션을 회복한 것 같았다. 


오래된 가구의 문고리를 좀 더 납작한 것으로 바꾸려고 주문을 해 두었다. 어린아이와 같은 작은 생명체를 안전하게 돌보려면,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 위험요소는 없는지 다시 한번 더 살펴보아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 함께 사는 동안에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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