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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Aug 06. 2023

집사바라기

우리 언제 양치해여?

은비가 낚시놀이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에 한쪽 볼기짝을 세게 부딪히고 나서부터인 것 같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라고 지나다니는 통로에 걸어둔 낚싯대는, 가끔씩 사정없이 흔들렸다. 마치 화풀이라도 하는 듯 솜망이를 빠르게 휘두르는 은비의 모습이 눈에 띄면 나는 그냥 모르는 척해 주었다.


집사가 작업을 하느라 바빠서 눈길을 주지 못할 때는 근처에 와서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면 기어이 책상 위에 올라와서 엉덩이를 들이대거나, 물품을 세워놓은 구석에 들어가서 부시럭대며 집사의 신경을 긁어대곤 하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늦게 까지 작업을 하다가 문득 시계를 보았다.

"아!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은비는 똘망똘망한 눈빛을 하고는 언제 집사가 일어나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은비의 두툼한 옆구리]


"치카치카하러 가자~."라고 말하면 냉큼 따라나섰다. 

소파에 앉아있거나, 냉장고 위에 앉아있을 때에는 우당탕당 쏜살같이 내려오거나, 때로는 마치 특수부대원들이 줄을 타고 내려오듯 모서리를  직각으로 기가 막히게 내려왔다. 참 대단하지!


은비의 시간 속에 이 시간즈음엔 '집사가 양치질을 시켜주고는 그리니를 주니까 빨리 목적지에 착지를 해야지' 하면서...


씩씩하게 욕실로 따라 들어왔지만, 양치를 시키려고 하면, 머리를 구석으로 들이밀고 커다란 엉덩이만 집사의 얼굴 앞에 들이밀곤 하기도 한다. 


은비야~ 협조! 협조! 

집사는 외친다. 은비의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다가 옆구리를 콕콕 찔러 재촉해 보기도 한다.


순식간에 하는 양치가 얼마나 꼼꼼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입안에 칫솔을 들이밀어 닦기까지 어르고, 달래고, 궁둥이 팡팡 치기도 하고... 나름 인내의 시간을 많이 흘려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고양이는 4~5세 때부터 질병이 나타난다고 유*브의 수의사 샘이 말씀하셨다. 특히 구내염부터 시작하는 고양이의 질병을 예방하고 늦추기 위해서라도 나는 1일 1 양치는 꼭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커튼 뒤에 숨었다가 들켜버림]


오늘은 커튼 뒤에 숨어서 언제 집사가 자신을 부를지 기다리는 은비를 위해 한바탕 '숨바꼭질'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자러 가자~." 

쪼르르 따라와서는 준비된 이부자리 위에 자리를 잡는다.  

[이불속에서 숨바꼭질]


"은비야, 잘 자~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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