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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doseeker Apr 20. 2019

쓰루노유 다이어리 - 6

신선이 되는 법




산속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어제 까지만 해도 파랗게 맑던 하늘이 별안간 밤새도록 비를 쏟아냈고, 아침에는 숲과 온천에 두터운 안개의 장막을 드리웠다. 덕분에 부슬부슬 흩뿌리는 가랑비를 맞으며 안개 속에서 아침 목욕을 했다. 

욕탕에서도 따뜻한 김이 계속해서 모락모락 뿜어져 나와 온천 주위는 자욱한 운무로 가득 찼다. 무척 이른 아침이었지만,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 탈의를 하고, 노천탕 곳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수건을 머리에 얹고서 조용히 눈을 감거나 먼 산을 바라보았다. 누구하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없었고, 그렇게 목욕을 하는 모습들이 마치 신계神界의 신선들이 서로 다른 백일몽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여기서 몇 달이고 머물다 보면 결국 산신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렇다면 여기서 신계로 승천하는데 필요한 의관衣冠은 그저 머리 위에 흰 수건을 올려놓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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