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관계맺는 작가가 가져야 하는 마음
아침마다 햇살이 일렁이는 센강을 땀이 날듯 말 듯 가뿐하게 달립니다.
은은한 햇볕이 도시를 감싸기 시작하는 아침은 마치 수채화로 막 그려낸 듯 촉촉해서, 각자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은 그 풍경 속에서 여러 가지 색깔들로 번져나가고, 가쁜 숨을 쉬느라 폐로 쏟아지는 연한 바람과 공기의 냄새는 마치 꿈결처럼 달콤합니다.
겨울의 기세가 완전히 꺾여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완연한 봄의 파리는 이렇게 그저 숨 쉬고 걷는 일 만으로도 행복감에 도취되게 합니다. 아침을 시작하는 일이 이처럼 감사하게 느껴져서, 잠에서 깨어나는 일 만으로도 나는 나의 직업을 조금씩 더 사랑하게 됩니다.
이곳에도 이곳만의 부조리와 불합리함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사소한 것에서 오는 기쁨의 감각을 느끼는 빈도는 높은 것 같습니다. 모르는 사람과 지나칠 때, 그 간격이 일 미터 안쪽이 되는 순간 그저 서로 빙긋 미소 짓거나 "봉쥬흐"하고 인사를 나누는 일, 뒤따라 오는 이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오래도록 문 손잡이를 잡는 일, 그리고 사소한 일에도 눈을 마주치며 빈번하게 "메르시"라고 인사하는 일. 타인에 대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과 호의가 연쇄작용을 일으켜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문화가 된 모습을 체험하는 일은 마음에 여유와 미소가 깃들게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모두의 삶이 각박해지고, 서로에게 예민한 상태로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하고 싶은 일'의 빈도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단 한 가지 방법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의 비율을 필사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뿐인데, 이 과정에서 '하고 싶은 일'이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이해하고, 거기에 대해 책임을 담보하는 방법을 체득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해 오며 느끼기로는, '일'이 '업業'이 되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고민을 하는 일 자체가 사치로 느껴질 만큼 삶을 살아내는 행위만으로도 우리는 고단해지기 마련입니다만, 그 고단함의 그림자에 가려진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와 화두를 건네는 일이야말로 세상과 관계 맺는 예술가의 사회적 책무이자 시대정신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