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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 이규봉 Apr 06. 2020

대청호 둘레길 2구간과 3구간

정보 : 2구간은 이현동 억새밭부터 냉천 버스종점까지 10km이고 냉천에서 이현동까지 도로 거리는 4km이다. 3구간은 냉천 버스종점에서 원마산까지 8km이고 원마산에서 냉천까지 도로 거리는 4km이다. 10시경 원마산에서 직동으로 가는 60번 버스와 냉천으로 가는 61번 버스가 있다. 두 구간을 한 번에 걸으려면 원마산에 주차하고 8시경 71번 버스를 타고 이현동에서 내리면 된다. 시내버스 안내(042-522-2254)     


3월 30일 월요일. 일요일에 걸으니 도로에 차들이 많이 다녀 차도를 걸을 때는 참 힘들었다. 그래서 좀 한가한 월요일에 나섰다.      


댐 둘레길이라 다양한 풍경을 맞이한다. 산등성이와 정상을 오르면 발아래 댐이 눈에 들어오고 산허리 감돌아 내려오면 마을 길과 논두렁길 그리고 밭길이다. 중간중간 산기슭에 목련과 벚꽃이 반겨준다. 짧은 기간 피고 지는 목련을 누가 좋다 했나! 시커멓게 물들어 발아래 누워있는 목련은 보기에 민망하고 애처로울 지경이다.     


흰 목련은 반쯤 핀 모습이 보기 좋으며 흰색보다는 자목련의 모습이 훨씬 정갈하여 보기에 좋다. 드물게 깨끗한 붉음을 머금은 큰 동백나무가 있어 반가운 맘으로 인증삿. 아직 피어나지 않은 각종 어린 꽃망울들이 얼마나 신선해 보이는지! 해마다 초봄의 산자락에는 저런 신선함이 있으니 초봄의 등산은 강추한다.     


도착지에 다다르니 버스정류장이 있고 그 앞에 식당이 하나 있다. 점심으로 먹기에는 좀 무거운 메뉴이다. 다시 1km 되돌아나가 호수가 펼쳐진 곳의 정자에서 준비해 온 점심을 했다. 차도를 따라 3km 정도 걸어 나오니 주차한 곳 근처에 도예체험을 할 수 있는 ‘하늘강’이라는 아뜰리에가 반갑게 마중 나온다. 오늘 걸은 거리는 14km였다.


산을 올랐다가는 다시 내려오기도 하고, 임도를 걷기도 하고, 호수를 곁에 두고 같이 걷기도 하고. 참새, 까치, 까마귀, 나비도 만나고 중간중간 마을 길을 걸으며 으르렁 짖어대는 철없는 강아지도 만나고. 두 발로 걷는 즐거움이여! 그리고 평화로움이여!


4월 5일 일요일. 평소 다니던 성당에 미사가 없다. 천주교에 입문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가 하느님보다 더 무서운가 보다! 3구간 종점인 원마산으로 드라이브했다. 길 양쪽에 만개한 벚꽃 사이를 스쳐감은 마치 터널 속을 통과하는 듯, 환상적인 분위기!     


주말은 사람들 많이 다녀 도로가 복잡하니 탐방은 월요일로 하자고 약속했는데 남편은 맘 바뀌었는지 사람들 왕래가 잦은 일요일에 가자고 하니 이건 완전 오야 맘이네! 일관성 無! ㅎㅎ차는 원마산 버스정류장에서 냉천 방향으로 50미터 지점에 주차했다. 원마산에서 3구간이 시작되는 냉천 버스종점으로 가는 버스를 탈 계획이었는데 이 버스가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아 포기하고 10시 30분경에 냉천을 향해 거꾸로 걷기 시작.   

   

오늘은 일부 구간을 제외, 거의 차도를 이용. 한 편으로는 산을, 또 한편은 대청호를 바라보며 걸었다. 4월 초순이라 벚꽃은 만개, 일찍 핀 흰 매화, 홍매화 거기에 개나리까지 합세하니 눈호강 제대로 한다. 조그만 밭뙈기를 일구면서 뭔가를(씨앗?) 열심히 심고 있는 노부부들이 눈에 띄는데 주말농장일까? 왠지 내 보기에 그들이 힘들어 보이니 난 저럴 의사 없다는 뜻! ㅎㅎ     


선선한 바람, 맑은 공기, 지천으로 피기 시작하는 봄꽃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아야 보이는 어리디 어린 야생화조차 이 초봄의 기운을 완벽하게 즐기고 있구나! 가지가지 색상으로 몸 바꾸어 거저 무상으로 인간에게 상큼함을 안겨주는 저 식물들을 보면서 우리 인간들은 마땅히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리라! 우리는 이 봄에 무엇으로 기쁨을 주고 있는가! 자세히 보아야 눈에 보이는 저 한 떨기 야생화보다 나은 게 뭐가 있남!     


내가 이리 부지런히 두 발로 걸어 다니며 가능한 신선한 공기를 접하고자 하는 이유는 사람이든 자연이든 늘 끊임없이 변하는 이 무상함에 대한 나름의 생존전략적(?) 차원에서다. 혹자들은 몸 아껴야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서 무리하지 말 것에 대해 충고한다. 물론 그리 말하는 혹자들은 걷는 일을 결코 좋아하지 않아 잠시도 자동차와 헤어지기를 싫어하는 부류다.      


그러나 총량불변의 법칙을 생각해보면 체험해보지도 못한 채 사지육신 아껴 오래 사는 것이나(사실 그렇게 몸 사린다고 오래오래 산다는 보장도 없다) 내 육신 내 원하는 대로 움직여 하고 싶은 체험 원 없이 하며 사는 것이나 피장파장 아닐까? 움직임이 없으면 자극받을 수도 없다. 걷는다는 일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하니 상상력에 대한 무한대 개발이 보장되거늘 이런 좋은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뜬금없이 아인쉬타인이 떠오르고, 점점 더 나이 든 내 미래의 모습도 떠 오르고, 세상에서 가장 듬직한 장남도 떠오르고, 세상에서 가장 이쁜 막내 모습도 떠올리며(이것은 순전히 고슴도치 엄마의  입장이다 ㅎㅎ) 가뿐한 걸음 옮기니 아! 나는 살아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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