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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방우주나 Sep 13. 2016

영화 리뷰 [다음 침공은 어디?]

그리고 유용한 전리품

*해석은 개인의 차이가 있습니다

 "Prepare to be liberated."라니. 해방 될 준비를 하라니. 성조기를 들고 외칠 말은 아니지 않는가. 익살스러운 제목과 문구를 달고 있는 포스터의 주인공은 마이클 무어 감독이다. 그리고 이 포스터는 감독의 장편 다큐 [Where to invade next?(다음 침공은 어디?)]의 것이다. 익살스러운 포스터 만큼이나 영화는 유머들로 가득하다. 여느 마이클 무어의 작품이 그러했듯 말이다. 야구모자를 쓴 청바지차림의 배불뚝이 아저씨가 찍어온 다큐들이 그러했듯이. 
 혹자는 그의 다큐멘터리를 '풍자와 유머로 선동하는 편견 덩어리'라고도 했다. 이런 평가처럼 무어의 다큐멘터리는 때론 과한 풍자와 익살스러움이 교차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무례하게 비칠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의 무어는 침묵을 지킨다. 물론 입을 계속 닫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역할을 단지 배불뚝이 아저씨로 설정하고 이미 다 알고있는 정보들에서 심히 놀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역덕스럽게 '만든'다. 그는 마치 새로운 세계를 만난 '서민'처럼 행동한다.

아이들에게 콜라를 파는 아저씨.

 이탈리아, 프랑스, 핀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포르투칼, 튀니지, 아이슬란드, 독일. 9개국을 방문하며 그가 '전리품'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사회 복지와 제도에 몰려있다. 대서양 건너의 다른 '백인들의 나라'에 침공하는 이유는 그들의 사회 복지와 제도에서 미국에 도움될 만한 것을 꺾어가기 위해서다. 이는 미국이 오래전부터 만나 앓아왔던 사회의 병폐들을 없애줄 사회제도들이다. 개선된 여러 유럽국가들의 사회 제도의 모습을 보여주며 놀란다.
 8주 간의 유급휴가에서, 집에서 즐기는 2시간의 점심시간, 무상교육, 인권 신장, 양성 평등까지. 9개국에선 일상이 된 제도들은 미국인이 보기에도 놀라운 정보들일 것이다. 꿈에 가까운 사회보장제도를 보여주고 미국의 사회 제도와 약간씩 비교한다. 자신의 이야기나 아는 사람의 이야기라며 드러난 결과들을 보여준다. 다만 마이클 무어의 다큐가 표현하는 방식, 풍자라는 것이 약간의 과장과 편견이 결합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침공은 어디?]에 나온 숫자와 생각들이 현실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론 완벽히 연출된 상황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다소 편협한 시각이더라도 진실들이 비춰진다고 생각하면 그저 놀랍다. 누군가에겐 꿈만 같은 제도들이 그들에겐 일상이라는 점이.

환하게 웃으며 침략을 허용하다!

 인상적인 장면들은 그들은 마땅히 그들의 서비스와 제도가 퍼져나가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당당했다. 그들의 복지와 제도는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선물 같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런 복지를 얻기 위해 투쟁하고 싸워왔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왔다. 바뀐 사람들은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사회와 제도는 우연찮은 결과가 아니라 노력과 계획을 통해 이루어진 성과다. 그래서 이 성과가 당당하게 퍼져나가길 바란다. 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성과가 제대로 작동하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믿는다.

연필회사 사장님

 [다음 침공은 어디?]를 보며 충격들을 받는 이유는 유럽권 국가와 미국의 사회를 비교하는 영상이다. 영상에서 보여진 미국의 사회 문제들이 우리나라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무상등록금이나 무상교육, 근무 시간과 유급 휴가 등 복지나 사회 교육 전반을 비롯한 페미니즘까지 언제나 우리나라의 사회문제로 거론되는 이야기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모습과 비교할 때 느끼는 유럽권 국가의 복지와 사회제도는 얼마나 충격적인가. 우리는 충격 받은 상태에 빠진다.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문제의 해답을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모습을 봄으로써. 마치 이상적인 국가인 것 마냥 놀라는 마이클 무어의 모습처럼.
 다소 풍자와 이를 위한 과장이 섞인 모습들도 있다. 혹은 선별된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라 이렇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사회 제도가 지향하는 바와 밑을 지탱하는 태도와 생각에선 배울게 있어 보인다. 인권, 다양성, 양성평등, 반성 등 수없이 많은 사회를 지탱하는 생각들 말이다. 이는 때로 과장이나 편협한 시각으로 서술하는 점을 비판 받은 마이클 무어식 다큐와 달리 [다음 침공은 어디?]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부분을 다루는 것을 반증한다. 무어는 여전히 과장과 풍자를 일삼지만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 던지는 그의 프로파간다는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어떤 국가든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생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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