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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콤보 Jan 27. 2021

내 생애 첫 강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롱이가 생각난 저녁에 떠나보는 추억여행

어느 날 아버지가 집으로 전화를 주셨다. 

"아들아 지금 여기로 와서 강아지 한 마리 데려가거라~"

평소 아버지가 일터로 계시던 복덕방으로 향하면서도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그곳엔 진짜 조그마한 강아지 새끼들이 여러 마리 있었다. 아마도 아버지의 지인이 키우시는 강아지가 새끼를 낳아 분양을 하셨던 거 같다. 아버지께선 미리 골라놓았다는 듯이 그중 귀여운 녀석 한 마리의 목덜미를 집어 내 품에 안겨주셨다. 따뜻한 체온이 두 팔에 느껴졌고, 눈 앞에서 가까이 보니 더 귀여웠다.


동네에서 뛰어다니던 개들을 어릴 적부터 많이 봐왔지만, 내 품에 강아지를 안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찌할 줄 몰라하며 이 녀석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얌전히 내 품에 안겨있었고, 끔벅끔벅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집에 도착하자 어머니께 이 귀여운 녀석이 우리 집에서 지낼 거라는 걸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우유를 접시에 따라서 이 녀석에게 먹이시며 귀여워하셨다. 


아롱이, 이 귀여운 녀석의 이름이 붙었다. 주로 아롱이로 가끔 아롱다롱 로 불리던 우리 가족의 애완견은 치와와라고 하기도 하고 똥개라고 하기도 하였다. 아마도 치와와 믹스였던가 보다. 작은 체구에 갈색 털, 뾰족한 귀가 매력적인 아롱이는 드디어 우리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때 우리 집은 양옥집이었는데 1층엔 집과 작은 마당이 있었고, 2층엔 옥상이었다. 아롱이의 집을 마당에 만들어 주었지만, 가끔 집안을 뒤집고 다니기도 했다. 


미취학 아동이던 나는 예상치 못한 강아지와의 등장이 당황스러웠지만, 가족 중 나를 가장 잘 따라주어 뿌듯했다. 아롱이와 같이 지내는 둘째 날부턴 아롱이는 본능에 충실한 강아지가 되어 있었다. 품에 안고 집으로 데려온 엄마 같은 존재인 나보다, 먹이를 챙겨주는 어머니를 더 잘 따르게 되었다. 난 살짝 배신감이 들었고 이때부터 가끔 짓궂게 장난을 쳤던 거 같다. 아롱이와의 좋은 추억도 많겠지만. 이시절엔 애견문화가 성숙하던 시기가 아니어서 잘 대해주다가도 한 번씩 못되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때리기도 했었다. 이 녀석이 집안 물건을 죄다 물어놓아서 혼을 내고, 무서움에 작은 체구를 벌벌 떨며 장롱 밑으로 숨어 들어간 녀석을 겁을 주며 물건으로 툭툭 건드리기도 했다. 작은 체구지만 무섭게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 거렸고, 가끔 물리기도 했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귀가하는 날이면 아롱이를 만지고 싶어 했는데 어떨 때는 너무 짖어대서 아버지가 혼내려고 쫒아다니던 기억도 난다. 



아롱이는 가족 모두에게 귀염둥이였고, 시간이 흘러 제법 성장한 강아지가 되었다. 하지만 점점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우린 아롱이를 찾아 돌아다니기도 하고, 며칠씩 안 들어오는 녀석을 무작정 기다리며 걱정하기도 했다. 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 이 녀석이 왜 밤마다 늑대처럼 짖어대는지, 왜 며칠씩 안 들어오는지 알 길이 없었다. 가끔 그 이유를 부모님께 물어볼 땐 '아롱이가 좀 아파서 그래'라는 말씀만 해 주셨다. 


어릴 때 동네 개들이 서로 엉덩이를 맞대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잘은 몰랐지만 그게 새끼를 낮기 위한 행위? 인 줄은 곧 알게 되었고, 거리에서 또래들과 몰려다니며 그런 광경을 볼 때면 건드리지 말라고 어른들이 일러주셨다. 또 그땐 그렇게 등하굣길에 개똥이 많았고 종종 밟아 창피한 적이 많았다.


어느 봄날 토요일 정오쯤이었다. 학교에 다녀오는 길에 누나와 만나 다다른 집 앞에 작은 트럭이 한대 주차되어 있었다. 대문이 잠겨있어 벨을 누르려했지만 마당에 사람들이 이미 모여있는 게 느껴졌다. 우린 문틈으로 작은 얼굴을 밀착하고 마당을 쳐다봤다. 평소처럼 아롱이가 마당을 뛰놀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날은 달랐다. 아롱이는 마대자루에 들어가 있었고, 아저씨 몇 명이 그 마대자루를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누르고 있었다. 잠시 후 어떤 아저씨가 마대자루에 쌓여있는 아롱이에게 주사를 놓았다. 마대자루에서 몸서리치던 녀석은 주사이후 점점 차분해졌고 이내 움직임이 없었다. 이 모든 광경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문 밖에서 문틈으로 보게 된 장면들이다. 이윽고 마대자루를 들고 나오시는 아저씨들을 마주했고, 집 앞에 있던 트럭이 아롱이를 싫고 떠나갔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어머니께 여쭤보니 아롱이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고 하셨다.


그 후 우리가족은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물론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 몇 마리는 사 와서 키워본 적은 있지만 며칠 못가 금방 죽어버렸다. 아롱이는 분명 병원에 갔을 것이라고 어릴 적 품고 있던 생각은 점차 성인이 돼가면서 현실적인 추측으로 바뀌게 되었다. 마취를 해서 보신탕집에 팔려갔거나, 안락사를 당했거나 등등 그랬을 것이라고 기억을 수정해 나갔다. 하지만 부모님께는 이 사건의 진상을 알려달라고 해본 적은 없다. 그냥 고이 간직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있는데, 머지않아 이 글을 보여드리면 그 때 같이 추억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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