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 와이프가 TV 채널을 돌리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멈추었다.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20분에 방송하는 EBS 일요시네마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번 주 영화는 대만 걸작 영화인 바로 이 영화였다. 채널 돌리다 얻어걸린 명작 영화라 다른 채널 같았으면 패스했을지 모르지만, EBS일요시네마는 왠지 모를 묵직함이 있다. 중간광고도 없고 역사적인 명화 위주의 편성이라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나도 이 채널을 통해 혼자 혹은 어머니와 함께 많이 시청해 본 경험에서인지 친숙한 느낌에 채널이 자연스레 고정되었다.
오랜만에 본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다시 봐도 감동이 밀려왔다. 물론 이야기의 큰 줄기는 알고 있었지만 디테일한 부분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몰입되었다. 역시 명작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멜로 영화에는 '멜로 영화 흥행의 3요소'가 있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영화들이 그랬고, 감성이 조금 떨어진 지금이 되어서도 흥행하는 멜로 영화가 나오면 역시나 이 3요소가 있다. 혹시 짐작이 가시는가?
첫사랑
멜로 영화니 당연히 사랑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꼭 첫사랑이다. '첫사랑' 얼마나 고귀한 단어인가?
당신이 첫사랑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애틋함이 있다면 감독이 영화의 전반에 투영하고자 하는 감정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모든 영화에서 이 주연배우인 인물의 사랑이 첫사랑이고, 삼각관계에 있는 이 인물에게는 두 번째 사랑이며 등등 이렇게 알려주진 않는다. 다만 관객들은 여러 장치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거나, 스토리상 그렇게 인식하고 영화에 빠져든다.
학교
두 번째 요소는 '학교'다. 첫사랑이 감정적인 배경을 제공한다면 학교는 공간적인 배경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다. 전반적인 스토리가 전개되는 공간적 배경이면서, 주연 인물들 간의 만남부터 갈등 등 굵직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의미가 투영된 공간이다. 또한 주변 인물들과의 에피소드가 일어나는 주 무대이기도 하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고등학교 음악실이 그랬고, '번지점프를 하다'의 대학교가 그랬다. 학교는 첫 번째 요소인 첫사랑을 뒷받침하는 훌륭한 요소이다.
타임 점프
마지막 요소는 타임 점프(혹은 타임슬립)이다. 성공한 멜로 영화에는 반드시! 시대를 초월한 사랑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의 사랑이 이렇게 묵직하다는 느낌을 주는 과 동시에 첫사랑의 순수성을 더욱 강조시킨다. 어떤 영화의 경우 타임 점프를 하고 나서도 옛사랑과 재회하거나 추억하는 장면들로 관객들에게 위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스크린으로 전달할 때 더 가슴 아파하며 공감하는 거 같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가 그랬고,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과 전지현이 그랬다. 차원을 넘어서는 두 시대의 사랑은 멜로의 영화의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결정구 역할을 한다.
스토리는 거인의 힘을 가졌다. 영화를 보며 마치 내 이야기인양 공감하며 여운을 느꼈던 적도, 누군가 생각나서 눈물을 펑펑 흘린 적도, 추억을 되새김한 적도 있다. 학창 시절의 멜로(로맨스 영화)는 평생 동안 간직되는 것 같다. 반짝반짝 빛나던 시기의 감수성으로 더 빠져드는 것 같다. 성인이 되어 그 감정선을 다시 느끼고 싶지만 새로 나온 멜로 영화에서보단 과거의 영화를 다시 볼 때 느껴지는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