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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콤보 Apr 13. 2022

소장님 소장님 우리 소장님

#8 


파출소는 잘 보이지 않는 안쪽 철창 공간까지 포함하면 약 40여 평 되는 공간이었다. 근무자는 대략 6명쯤 되었다. 조사자 신분으로 조용한 양이되어 곁눈질로 이곳저곳을 눈치 보며 파악하다 보니 보이지 않던 파출소의 공간이 파악되었다. 건물 바깥에서 건물 입구 쪽을 바라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카운터와 경찰들이 보이며 따듯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안에 들어와서 내부를 살피면 밖에선 보이지 않는 철창 공간을 비롯해서 무서운 공간으로 비쳤다. 


이윽고 경찰 제복을 입은 한분이 새로 파출소에 들어섰다. 머리가 반백 발이고, 인상은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했다. 왠지 이분이 나를 집에 가게 해줄 거 같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윽고 이 낯선 사람이 내 옆에 앉고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 푸근한 분은 다름 아닌 이 파출소의 소장이었다. 


자기가 이 보라카이섬을 관할하는 파출소의 소장이며, 너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며 우리가 도움을 주지 못함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너무나 온화한 말투였고, 범죄자에게 하는 말이 아닌 미원인에게 하는 말투였다.


아까 조사받을 때 너는 소장님 오실 때까지 어디도 못 가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이 사람이 나를 집에 가게 해 줄 사람이 확실하구나'


소장의 설명은 차분했다. 들어올 때 소장을 바라보며 받았던 느낌처럼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고,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물론 나 또한 제압당한 뒤로는 순한 양 모드로 바뀌었기 때문에 소장에게도 연거푸 과한 리액션으로 인사를 하며 사과를 했다. 


소장은 이어서 왜 우리가 너의 일을 도와줄 수 없는지 설명해 주었고, 내일 비행기 타러 가기 전에 본섬에 있는 파출소에 가서 리포트를 받으라며 우리가 이 일을 그쪽 파출소에 이야기해 놓겠다고 했다.


난 감사하다며 계속 조아렸고, 드디어 내가 듣고 싶어 하던 말이 소장 입에서 나왔다.


"당신은 이제 가도 좋습니다."


눈물이 나오진 않았지만 진심으로 눈물 나게 고마운 상황이었고, 내 행동에 다시금 후회가 밀려왔다.


핸드폰을 돌려받고, 진심을 담아 모든 경관들에게 가서 목례로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한 뒤 쓸쓸히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보라카이의 뜨거운 해는 지고,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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