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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Oct 02. 2023

아이들 방 침대 들어내고 청소

백백 프로젝트_13기_100_스물두 번째 글


오늘 딸 방과 아들 방을 대대적으로 청소했다. 특히 딸 방은 딸이 사용하지 않은 지 벌써 6개월 정도도 넘어서 짐이 쌓였다. 그 짐을 버릴 것과 보관할 것 따로 분류해야 한다. 버릴 것은 또 종량제에 넣을 것을 분류해야 하고. 어젯밤에 회의까지 하고 잤지만 결국 10시 반이 훌쩍 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딸은 11시가 넘어도 일어나지를 않는다. 딸 방이기 때문에 딸이 일어나야 치울 수는 있다.     

딸이 일어나기 전 일단 아침부터 든든히 먹었다. 남편, 아들과 나 이렇게. 계란찜에 가지도 볶고, 친정어머니께서 싸 주신 각종 반찬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드디어 시작했다. 발 디딜 틈도 없던 딸 방을 일단은 남편이 들어가 버릴 물건들은 파란 비닐에 담았다. 아들과 나를 한 번씩 불러서 밖으로 빼낼 책과 짐들을 옮기라 했다. 책상 밑에 있는 책들은 거의 종이 쓰레기에 버려질 신세가 되었다. 그동안 묵혀둔 먼지와의 사투를 벌이느라 우리 네 가족은 모두 오랜만에 마스크도 꼈다. 남편이 두 발 벗고 나섰다. 남편이 버릴 물건을 보아하니 아직 쓸 만한 파일도 있어서 몇 개 집었더니 소리를 어찌나 지르는지. 자기 혼자 하겠다면서 저 방에 가 있으라 했다. 클리어파일은 진짜 쓸 만했다. 웅진 씽크빅 학습센터에 갖다 놓겠다고 말을 해서 겨우 버리려고 하는 걸 말렸다. 책도 창작동화전집이라서 팔 수는 없는 거지만, 도서관이라도 기증하면 될 만한 책이지만 다 버렸다. 딸이 고등학교 때 입었던 교복도 구겨져 파란색 비닐봉지에 담겼다. 하긴 뭐 어디 누구한테 줄 수도 없고, 교복은행에 내놓기엔 덕소고에 진학할 후배도 드물다. 없다고 봐야 한다. 딸이 덕소고 입학할 때에도 한별중학교 졸업생으로서는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딸 방 짐들이 이제 정리가 거의 끝나가고, 침대를 걷어냈다. 침대 아래 받침대를 지지해 줄 많은 짐들이 또 보였다. 뿌옇게 먼지가 앉은 채로. 그 먼지를 또 다 닦아내고, 버릴 건 쓰레기통에, 남길 것은 따로 옮겨 둔다. 사실 짐만 다 치워놓고 그만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그냥 하는 김에 계속하려는 남편을 말릴 사람이 없다. 어쨌든 이제 남은 침대틀을 싹 닦아내고, 해체를 시켜 한쪽 벽면에 세워두었다.     

딸 방을 다 정리하고 나서는 내친김에 아들 방 침대까지 손보려고 한다. 아들 방 침대에는 들어 있는 것들이 더 진귀하다. 각종 수료증과 앨범, 결혼 앨범도 있었다. 아들 어린이집 각 연도별 졸업(수료) 앨범도 있었다. 왜 네 개나 있을까 해서 열어보니 점점 자란 아들의 모습이 있었다. 결혼식 때 찍었던 사진으로 엮은 앨범도 진짜 오랜만에 열어봤다. 청소 중이었기 때문에 자세히는 아니지만 말이다. 

아까 깨끗이 치워놓은 딸 방에 그 짐들이 옮겨졌다. 짐들은 또 남편이 분류작업은 한단다. 남편 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거실장 정리하고 나면 안방 침실에 있는 나의 책상 아래 책들도 정리해야 할 듯하다. 그 작업을 한 후에 책장 정리가 끝나면 한결 깨끗해지지 않을까 싶다. 






   

청소를 하고 나면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묵은 때를 벗겨내고 목욕탕을 나올 때처럼 말이다. 혹시 내 마음에 낀 때가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계절이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한 해 동안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곪아 터진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상처가 있다면 소독하고 연고도 발라 치료를 해야 한다. 각종 먼지가 끼었다면 깨끗이 닦아내야 할 것이다. 오늘 청소를 하며 드는 생각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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