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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Nov 17. 2023

첫눈이 내리는 날의 사색

백일백장 글쓰기_13기_예순여덟 번째 글

첫눈이 내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천에 사는 친구로부터 함박눈이 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픈채팅방에서도 여러 대표님들이 첫눈 내리는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올려주셨다. 눈이 많이 내리는 곳도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은 눈이 왔는지 마는지도 모르게 끝나버렸다. 뭐든 처음은 설렌다. 첫눈 치고는 적게 와서 아쉽기도 하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하는 것들에 대해 알아보자. 첫울음. 아이가 출생할 때 내는 처음 울음소리를 말한다. 첫 경험, 키스, 첫사랑, 첫 출산 등. 많은 명사들 앞에 첫-이라는 접두어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인 나는 첫 출간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물론 그것이 공저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개인책을 출간하는 그날이 아마도 가장 기쁜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첫째 딸을 출산했던 그날, 처음 아들을 낳아 품에 안던 날. 교회에서 부활절 칸타타 반주자로 처음 반주한 날 등. 

오늘처럼 첫눈이 내리는 날, 봉숭아 물을 들이고 첫눈이 오는 걸 기다리기도 했었다. 손톱이 짧고, 첫눈이 늦게 온 터라 매해 놓치기 일쑤였다. 그렇게 되었다면 정말 첫사랑이 이루어졌을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때로는 첫사랑이 이뤄졌다면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는 있다. 하지만 지금 사랑이 더 중요하다. 나를 누구보다도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남편이 지금은 더 고맙고 감사하다. 

피곤해서 한숨 자고 일어나 글을 다시 쓴다. 백일동안 백장 글쓰기에 도전 중이다. 만약 12시가 넘어서 일어났다면, 큰일 났을 것이다. 100일 연속으로 하지 않았기에 힘들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10시 25분에 일어난 게 어디인가? 감사한 일이다. 내가 처음 100일 글쓰기를 도전해서 성공했던 첫 100일 글쓰기 완주 경험도 참 귀한 경험이다. 이제‘’ 곧 70일이 되고 한 달 여 정도만 지나면 100일도 끝이 날 것이다. 아직 방심해서는 안 된다. 마라톤과 같다. 마라톤에서는 42.195킬로미터를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메달을 따는 것이 좋겠지만, 완주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경기 또한 마라톤일 것이다. 

수요일에 책 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세 단어를 생각해 보았다.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아모르파티. 메멘토 모리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다. 영화제목이기도 한 이 단어는 언젠가 죽을 수도 있으니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너무 우쭐대지 말고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두 번째 카르페 디엠은,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우리말로는 ‘현재를 잡아라’로 번역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이 말을 자주 외친 것으로 보아 전통과 규율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쓰였다. 마지막, 아모르파티는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용어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이다. 인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를 나타낸다.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힘들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난과 어려움 등에 굴복하거나 체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런 고난과 어려움까지도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방식의 삶과 태도를 의미한다. 즉,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가치 전환하여,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오늘을 충실하게 살며, 고난과 어려움이 닥쳐와도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여러 처음의 순간들을 생각해 봤지만, 삶은 첫 번째만 있다. 두 번째는 없다.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를 생각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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