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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Dec 03. 2023

친정 엄마표 김장김치

백일백장 글쓰기_13기_여든네 번째 글


목요일 밤에 친정엄마께 전화가 왔다. 저자특강 중이라서 바로 전화받지 못하고, 금요일 아침에 전화를 드렸다. 김장을 담갔는데 오늘(금요일) 중으로 보내신다고 한다. 빠르면 내일(토요일) 중으로는 도착한다고 하셨다. 토요일 아침, 반가운 문자가 왔다. 우체국 택배 문자이다. 엄마가 보낸 김장김치가 곧 배송될 예정이란다. 아침에 문자 왔는데 금방 도착했다. 점심시간 좀 넘어서 문을 열어보니 택배상자가 와 있었다. 아, 물론 택배 도착 문자를 확인하고 열어본 것이다.



꽤 무거운 상자를 들고 얼른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스티로폼을 투명색 테이프로 꼼꼼하게 잘 포장해서 보내셨다. 봉인해제! 해체 과정이 좀 어려웠지만, 드디어 개봉! 김치 비닐 말고 두 가지가 더 보였다. 하나는 고추장아찌이고, 또 하나는 고추장멸치볶음이다. 둘 다 밥도둑이다. 그 아래에는 진정한 밥도둑, 수육 도둑인 김장김치가 자리하고 있겠지? 자, 비닐을 일단 풀고, 안에 더 들어 있는 비닐까지 열자, 시원한 김장김치 냄새가 온 집안을 덮었다. 얼른 가위를 가져다가 잘라 한 입 먹었다. 내년 여름까지는 먹을 김치라 조금 짜게 담는 게 정석이긴 하다. 그런데 엄마가 경상도 사람이기도 하고, 요즘엔 간을 좀 더 세게 하시는 듯하다. 엄마도 이제 나이가 드시나? 예전에 그랬다. 할머니께서 점점 연세가 드실수록 간을 자꾸 세게 하셔서 음식 맛이 짰다. 지금은 그 맛마저도 그립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리 엄마는 안 늙으시는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아프다.






김치를 딱 먹었는데, 수육이 너무 생각났다. 그런데 집에는 수육으로 해 먹을 고기도, 비슷하게 해 먹을 고기도 없었다. 일단 남편이 짜니까 저녁에 밥 하면 그때 먹든 하라고 했다. 어제는 애슐리에서 밥을 먹었고, 오늘 아침에는 교회에 간다고 바빠서 그냥 대충 먹었다. 드디어 김장김치와 마주할 시간이 왔다. 오늘 예배를 마치고, 도서관에서 채점할 것 하고 해거름에 집에 도착했다. 남편이 곧 온다고 해서 어묵국도 끓이고, 만두를 넣었다. 만두를 늦게 넣어서 다시 어묵을 다 건져냈다. 그리고 조금 더 끓이다가 불을 껐다. 그 사이 만두가 불어서 같이 아들과 만두를 2개씩 나눠먹었다. 그랬는데, 김치 생각이 그때 난 것이다. 얼른 베란다에 있는 김치를 꺼내왔다. 색깔이 예술이다. 전자레인지에 밥을 넣어 데웠다. 따끈한 밥에 김장김치를 올려 한 입 입에 넣었는데, 이건 천국의 맛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물론 여기에 수육도 있으면 더 좋겠지만, 이것으로도 좋았다. 어제 그냥 김치만 먹었을 때에는 많이 짰는데, 오늘은 밥과 같이 먹어 딱 좋다. 나중에 조금 익고, 물도 생기면 짠 기운은 없어질 것이다.     




지인들은 김장철이면, 시댁이든 친정이든 가서 온 가족이 김장을 한다. 나는 시댁도, 친정도 가지 않고 받아만 먹는다. 참 죄송할 따름이다. 내가 어른이 되어 이런 풍경들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도 사실 의문이다. 내가 경험을 해 봐야 자녀들에게도 전수해 줄 수 있는데 말이다. 뭐든 내가 아는 만큼 보이고, 경험한 만큼 전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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