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을 담당하는 근육

by 박종성
만화나 영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세계가 있듯, '지루한 독서'만이 선사하는 경험이 있다.

특히 청소년기의 책읽기는 중요한 훈육이다. 입시 제도와 별개로, 무엇을 하든 한 가지 일에 몇 시간 정도 집중하고 노동을 견디는 것은 필수적인 삶의 조건이다.

_ 정희진,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요즘 제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난이도가 높은 편입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데다 내용이 복잡하고 주어진 시간도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회의 시간은 한없이 늘어나고 잠시라도 다른 데 정신을 둘 겨를이 없어요. 상대방이 쉴 새 없이 펼쳐 놓는 생각의 흐름을 낚아챈 뒤에는 씨름 선수가 샅바를 움켜 잡듯 꾹 눌러 쥐어야 합니다. 도중에 그 흐름이 위아래로 출렁이더라도 튕겨져 나가지 않게 온정신을 붙들어 매야 하죠.


평소 어떻게 훈련하면 좋겠냐는 후배의 물음에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주 긴 시간 동안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막대한 정신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팔다리 근육을 키우듯 조금씩 체력을 길러 나갈 수는 없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제일 가성비가 좋은 방법은 역시 ‘책 읽기’인 것 같아요. 책은 일단 펼치면 첫 번째 단어부터 마지막 단어까지 순서대로 읽어나가야 하죠. 노래방에서 ‘간주 점프’ 하듯이 띄엄띄엄 읽으면 내용이며 맥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잖아요. 조금 어려운 책이나 소설은 더욱 그렇죠. 우리가 말할 때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들어봐야 하잖아요. 이야기를 듣다 말다 하면 결국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죠.


이렇게 생각해보면 자신에게 조금 어려운 책과 가끔씩 치열하게 싸워보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바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중간중간 튀어 나오더라도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오기로 한바탕 붙어보는 거죠. 그러다보면 집중력을 담당하는 근육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쑥쑥 자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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