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둘 다 슬기롭게 키우고 싶은 나의 마음, 욕심일까
요즘 나의 슬기로운 격리생활에 있어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인스타그램이다. 정확히 말하면 책에 관련된 내용과 리뷰를 올리는 북스타 그램.
독서 계정을 시작한 지 43일째가 되는 오늘, 그동안 나의 경험과 고민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새벽 산책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머릿속을 떠다니던 생각의 조각들이 가라앉고 있음이 느껴졌다. 최근 몇 년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이 나의 머릿속을 지배해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잘 자리 잡고 다님에도 이런 고민을 하는 나를 몇몇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5년 뒤, 10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해보았다. 확실한 건 회사의 디렉터나 비슷한 길을 앞서간 대부분 사람들의 인생이 내가 미래에 살고 싶은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성인"
내가 최근 찾은 대답은 '더 많이 배우고 깨달음을 얻는 삶'이었다. 하지만 그게 나만을 위한 지식이고 성장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지금까지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준 수많은 귀인들의 도움과 나에게 주어진 운. 이 모든 걸 깊게 생각해보다 쿵, 하고 가슴에 내려앉은 깨달음이 있었다. 진정한 지성인이란, 열심히 배우고 깨달아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나누어 주는 것이구나!
그러나 깨달음의 기쁨도 잠시.
여기에 큰 장애물이 있음을 깨닫는다.
아, 나의 영향력은 그저 먼지와 같구나.
그랬다. 나에게 소셜미디어는 시간낭비의 주범이었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잘 정돈된 피드는 나에겐 조금 불편한 존재였다. 부족한 것 없이 모든 걸 누리고 사는 듯 편집된 누군가의 사진들을 보며 끊임없이 자기 인생을 깎아내리는 사람들. 이렇게 사람들을 남의 인생에 기웃거리게 만든 장본인이 인스타그램 같아 보여 쉽게 마음 열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말하는 저자도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핑계를 대며 잘 편집된 괜찮은 사진만 엄선해서 올리곤 한다)
하지만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알려야 한다는 걸 인지한 이상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를 알리기 위해, 인스타그램과 친해지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과연 진정성은 통할까?
내가 찾고자 한건, 나와 취향과 생각이 같은 그런 사람들과의 소통이었다. 이게 가능할까? 나는 의심을 거두지 않으면서도 이왕 떠나기로 한 여정이니, 온 마음을 다해 걸어가 보기로 결심했다. 내가 소통하기로 한 대상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100권의 책을 읽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시작한 지 한 달 반이 되어가는 시점. 과장해서 말하면 인스타그램이 내 인생을 바꿨다. (불과 한 달 반 전에 누가 이런 글을 썼다면 나는 아마 열어보지도 않고 또 낚시하려고 쓴 글이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소통에 서툰 사람이었다. 또한 글쓰기에도 서툰 사람이다. 이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진심을 담아서 글을 쓰고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것뿐이었다. 느리지만 천천히. 한 명씩 두 명씩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그런 한두 마디가 모여 나에게 용기를 주었고 그렇게 얻은 자신감으로 나는 생각만 하고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것들을 하나씩 실행해 나가고 있다.
결론은 강아지와 인스타,
둘 다 키우기 힘들다.
그냥 힘든 게 아니라 엄청 힘들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이 그러하듯, 매일 관심과 정성을 들여 돌봐줘야 하고, 나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가치 있는 여정이 될 거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가짜가 넘치는 이 세상에서 진심이 통할수 있을지, 이것이 내가 하고 있는 또 하나의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