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와 안아줘.
잔뜩 동그랗게 몸을 말고 앉은 아나의 등을 바라보며,
문뜩 낯선 기분이 들었다.
언제나 커 보이고 듬직해 보이던 아나도 새삼 이렇게 작아 보일 수 있다니...
오늘은 아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갈 때면
잔뜩 날 서고 까칠해진 기분에 자칫 나의 소중한 사람이 상처 입을까 봐,
잠깐 멈춰 숨을 고른 적이 있다.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오늘인데,
인생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어깨가 잔뜩 짓눌릴 때는
행여나 움츠러든 내 약한 모습을 들킬까 겁이나 숨어본 적이 있다.
그런 나를 만난다면,
이리 와, 안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