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게을 Sep 05. 2021

이리와 아나, 쥬 번외

에필로그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쩌면 철부지처럼 마냥 신난 아이처럼 빗속을 뛰노는 이리의 이야기.









사람들은 모른다.

사실 이리가 얼마나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지.

비 맞는 것을 싫어하는지.

목숨처럼 여기는 노란 옷이 축축이 젖어 빨래를 해야 할 때면 

행여나 누군가 이리의 원래 모습을 보게 될까 봐.

이리는 비 오는 날이 싫다.









어쩔 수 없이 비 오는 날 외출을 해야 하는 날에는 종종걸음으로 발길을 재촉하곤 한다.

그런 이리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그리고 이리가 떠난 자리 작은 나무 한그루와 이리의 우산이 남아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볼까?








"이리야 아까 가지고 나간 우산은 어디 갔어?"


아나는 온통 이리 걱정뿐이다.

이리는 헤헤 실실 웃었다.



사람들은 모른다.

이리가 어떤 아이인지, 노란색 옷을 입은 그저 천방지축 장난꾸러기라고만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나무는 원래 비를 맞고 햇빛을 받아야 잘 자랄 수 있다고, 

이리가 철이 없어서 의미 없는 희생을 한 거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작은 나무는 너무 많은 비를 맞아 죽어가고 있었다는 걸.









사람들은 모른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는 걸.



그리고 시간은 흘러 흘러 아주 많은 날들이 지났다.






나무는 자라서 이리와 아나, 쥬를 위로하는 든든한 기둥이 되고






튼튼하고 멋진 팔로 이리와 아나, 쥬를 웃게 하는 친구가 되고.








산들바람 불어오는 언덕에서 이리와 아나, 쥬를 쉬게 해 주는 커다란 나무가 되었다.








사람들은 모른다.

이리가 어떤 아이인지,

아나는 왜 분홍색 곰돌이인지,

쥬는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작은 나무에게 왜 우산이 필요한지.


하지만 가까이 와 안아주면 알게 된다.

몸이 닿고, 마음이 닿으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리와 아나, 쥬

끝.

이전 18화 from. 아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