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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Mar 21. 2020

Julia & Us 13. 프렌치 어니언 수프

Soupe a l'onignon - 하나만 파면 뭐라도 된다

<남편의 요리>

하나만 파면 뭐라도 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심지어 마늘이랑 파만 100일을 먹으면 사람도 된다고 한다. 프렌치 어니언 수프는 그러한 느낌의 요리다. 재료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우직하게 오랫동안 조리해야 하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성이 되면 이 재료는 우리가 기억하던 원재료의 맛과는 전혀 다른 맛으로 다시 태어난다. 대학원을 다니는 내겐 어쩌면 필요한 레시피 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웅녀의 마음으로 어니언 수프를 시도해 보기로 한다.



재료는 간단하다. 6-8인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 5컵 정도의 얇게 썬 양파. 2인분을 만들 예정이었기 때문에 양파 두 개만 사용했다.

- 1큰술 버터

- 1/3큰술 올리브 오일

- 소금, 후추 약간

- 설탕 조금

- 밀가루 1큰술

- 소고기 육수 5컵 정도

- 화이트 와인 조금

- 코냑 1큰술 (나는 넣지 않음)

- 식빵 2개 (이상적으론 바게트 같은 프랑스 스타일 빵)

이 필요하다. 써놓고 보니 생각보다 재료가 다양하지만, 양파가 정말 정말 중요한 주요 재료다.



우선 버터와 올리브유를 소스팬에 약불로 녹인다.



버터가 녹으면 썰어 놓은 양파를 소스팬에 넣고 뚜껑을 닫은 뒤 15분 정도 놔둔다. 약불인 상태에서. 이따금 저어 주는 것도 괜찮다.



그 사이에 비프 육수를 만든다. 나는 비프 부이용을 사용했다. 소고기 육수를 내는 건 상당히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부이용은 굉장히 유용하다. 쇠고기 부이용 말고 채소 부이용도 있는데, 개인적으론 채소 육수 써도 나쁠 건 없을 듯 하지만, 어니언 수프의 찐한 맛은 쇠고기와 더 잘 맞는다는 인상인 데다가, '어니언' 수프에 다른 채소 육수를 넣기 시작하면 양파만의 맛을 살리기 힘들 것 같아 쇠고기 육수를 썼다.  



15분이 지나면, 뚜껑을 열고, 중불로 바꾼 후, 3-40분 동안 살살 저으면서 계속 저어준다.



계속 젓는다.



앗.. 웅녀가 돼가는 것 같다.



역시 곰을 사람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대략 25분 정도 경과.



레시피에선 '골든 브라운' 이 될 때까지 하라고 하는데, 왠지 이 정도 상태인 듯하다. 역시 한 우물만 쭉 파면 뭐라도 되는 것 같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때 느꼈던 기분인가요?

마라톤을 다 뛰면 기분이 이런가요?

아 하지만 조리는 다 끝난 게 아닙니다.



밀가루 1큰술을 넣고 3분 정도 저어준다. 양파를 조금 더 고형화 시키는 작업이다.



그럼 더 사람 같이 변한다.



그 위에 우리가 준비해 뒀던 소고기 육수를 붓는다. 거의 보글보글 끓는 상태다. 그리고 이 수프를 뚝배기에 옮겨 담았다.

정말 프렌치 이쁜 스타일로 하려면 1인용 수프 그릇이 필요하지만 그건 훗날에 하도록 한다. 뚝배기 만으로도 은근 모양새가 나온다.



그 와중에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오븐에 올리브유를 조금 두른 식빵을 163도 정도 (325 화씨) 예열한 오븐에 20분 정도 구웠다. 그러면 수분이 날아가 정말 딱딱한 크루통이 된다.



우린 식사로 수프만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빵을 두 조각 반 정도 넣었다. 물론 그래도 오후에 배는 고팠다.



다 넣고, 파마산 치즈와 스위스 치즈를 얹고, 아 근데 이미 이건 맛있을 것 같다.



캬...



너무 자화자찬인가요? 이 맛에 요리합니다. 요리가 다 성공적인 건 아니니까요.



이 상태로 오븐에 다시 넣고 '브로일' 모드로 2-3분 정도 넣어 준다. 겉면을 확 익히는 작업이다. 나는 쫄보라 1분밖에 하지 못했다.



그럼 겉 치즈가 다 녹고 살짝 그을린 색이 생긴다. 완성.



역시 사람은 한 우물만 파면 뭐라도 되는 것 같다.



속은 이렇다. 달짝지근 한 양파의 본모습을 우리에게 보이는 순간이다. 양파를 '캐러멜라이즈' 한다는 건 이런 의미구나. 요리는 정말 신기한 과학이다.

집에 양파밖에 없지만 시간은 많다? 양파 수프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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