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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Mar 31. 2020

Julia & Us 16. 뽐므 안나

Pommes Anna . 레시피 쉽다고 얕보지 말자

<아내의 요리>

분명히 요리책에는 얇게 썬 감자를 보기 좋게 쌓아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쓰여있었다.


'이렇게 쉬운 레시피에 몇 페이지씩이나 할애할 일이야?' 콧방귀 뀌면서 만들기 시작한 뽐므 안나는 결국 두 시간이 넘게 걸렸고, 오븐을 예열하는 과정에서 아파트에 파이어 알람이 울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요리가 얼마나 맛있게 완성되었느냐와 별개로 조리 과정이 너무나 험난했던 터라 기록을 남기려고 앉아서도 넌들머리가 난다. 이번 요리의 최고 황당 포인트는, 몇 시간이나 걸린 요리인데도 불구하고 엄마가 고작 몇 분만에 착착 부쳐주시던 감자전 맛의 반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갔다는 사실이다. 기가 빨리고 허탈하여 깨작깨작 먹고 있노라니 남편은 괜히 눈치를 보며 너무너무 맛있는 척을 해주었다. 그렇다고 이 레시피 자체를 비추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잘만 만들면 버터를 머금어 반짝반짝 노랗게 구워진 감자가 저녁 식탁을 환하게 밝혀줄 거라 생각한다.

 

[재료]

버터 2 스틱, 감자 3알, 무거운 솥 1개, 오븐용기 1개, 소금 약간, 후추 약간



1. 오븐을 230C (450F)로 예열... 하라고 되어있지만 이렇게 예열하면 우리 집에서는 화재경보기가 작동해버린다. 최대 200C (400F) 정도로 예열해서 레시피에서 알려주는 것보다 조금 더 오래 굽는 편이 안전하다. 오븐을 예열하면서 버터를 담은 사기그릇을 넣어뒀다 꺼내어 버터 위의 거품을 제거해준다.



2. 감자는 껍질을 벗겨 3mm 두께로 썬다.



3. 감자를 페이퍼 타월 위에 올려 물기를 뺀다. 감자는 껍질을 벗길 때 외에는 물에 씻지 않는다. 케이크 모양으로 쌓아 올려 모양을 유지하려면 감자의 전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4. 녹여둔 버터의 1/4 양을 오븐 용기에 붓고 중불로 가열한다. 용기가 뜨거워졌을 때 재빨리 감자를 시계 방향으로 서로 겹쳐지게 한 겹 쌓는다.



5. 감자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서로 겹치게 빙 둘러준다. 이런 식으로 한 겹은 시계 방향, 그다음 겹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쌓아 오븐 용기 높이 끝까지 채운다. 중간중간에 녹여둔 버터, 소금과 후추를 뿌리면서! 이렇게 쌓다 보면 오븐 용기 가운데가 봉긋 솟게 되는데, 이건 굽는 과정에서 가라앉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6. 무거운 솥 아랫부분에 버터를 발라 감자 위에 놓고 세게 꾹- 누른다.



7. 6번의 상태로 오븐 맨 아래 칸에 놓고 20분간 구운 뒤, 솥을 들어낸 상태에서 25분간 더 굽는다. 감자 표면이 갈색빛을 띠며 바삭하게 구워지면 완성!



오븐 용기에 미처 올리지 못한 감자 조각들은 이렇게 올리브유와 소금을 뿌려 같이 구웠더니 빠작빠작 맛있는 감자칩이 되었다.



8. 오븐 용기에 남아있는 버터를 따라내고 뽐므 안나를 접시에 옮겨 담는다.


'이 과정에서 감자가 튀어나오거나 모양이 망가져도 걱정할 필요 없다. 그냥 다시 끼워 넣어서 케이크 모양을 만들면 된다'라고 써놓은 줄리아 차일드 넘나 내 스타일...


비록 오븐 대청소와 아파트 관리자와의 긴 대화를 초래한 레시피지만 사진을 보니 나름 그럴싸해 보인다. 그렇지만 다시는 안 만들 거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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