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어진 화로 같은 교실

by 수경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는 두 수가 더해져 10 이상이 되는 수를 계산하느라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 나지막한 봉우리를 쉽게 오르기 위해서는 10을 만드는 두 수의 조합을 비교적 자유롭게 알고 있어야 한다. 10을 맞추는 짝꿍 수로 2라고 하면 8이, 3일 때 7, 4일 때 6이라는 숫자가 자동으로 연상이 되면 이 봉우리를 오르는 일은 머지않은 일이다.


하지만 초등 1학년들에게 이것은 만만한 일이 아닌 듯싶다. 가령, '7+5'라는 덧셈 문제를 풀려면 지금껏 연습해 온 두 수의 모으기와 가르기를 적용할 수 있다. 앞의 수 7을 10으로 만들기 위해 뒤의 수 5를 3과 2로 가르기를 한 후, 5에서 가르기 한 3을 앞의 7에게 보냄으로써 10을 만들 수 있다. 만들어진 10에 나머지 수 2를 더해 쉽게 12를 만드는 방법을 수학 교과서는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방법 이전에는 구슬이나 블록 같은 교구를 활용하고 또 그림을 통해 연필로 더하고 빼는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선 위에 늘어선 숫자에서 뛰어 세기를 하면서 덧셈과 뺄셈의 해답을 찾기도 하였다. 이런 구체적인 조작 활동에 이어서 개념적으로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10이라는 숫자의 모으기와 가르기에 의한 것이다.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은 수학 교과서와 수학 익힘책의 문제 풀이 외에도 이 패턴이 단단히 기억되도록 하기 위해 학습지 여러 장을 출력해 풀 수 있도록 하신다. 문제 풀이를 다 한 후 남는 시간에 동화책을 보며 여유가 만만한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푸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숫자도 제법이다.


방과후늘봄교실로도 사용되는 1학년 교실은 온돌바닥이 따끈하다. 담임 선생님은 아직 헤매는 아이들 서너 명을 앞으로 부르신다. 서너 명의 아이들을 동시에 지도하기 위해 입고 온 치마가 바닥에 차르르 펼쳐지도록 아예 교실 바닥에 자리를 잡으신다. 따끈한 바닥에 앉은 아이들은 서당에 앉은 옛날의 꼬마 학동들처럼 고개를 선생님 쪽으로 빼고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선생님, 저는 이걸 모르겠는데요?"

교실 뒤쪽에 앉은 아이의 요청에 담임 선생님의 얼굴은 더욱 벌겋게 달아오른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신 후,

"하은아, 하은이가 시윤이 좀 도와주세요!"

하신다. 담임 선생님은 엄마 같고 하은이는 마치 큰 누나인 것처럼 수학 문제 풀이를 돕고 있다. 교실은 발갛게 달구어진 화로 같다.


지난주에는, 내가 돌보는 아이에게 합이 10이 되는 수의 조합을 열심히 연습시켰는데, 생각지 못한 복병이 앞을 가로막고 섰다. 10을 만드는 두 수는 쉽게 알게 되었지만, 9가 되는 수의 조합과 8이 되는 수의 조합 또 7과 6이 되는 수의 조합에는 양손의 손가락이 오므렸다 펼쳤다를 반복하며 깜빡이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가정에서도 즐겁게 익히면 배움은 날마다 늘어나고 아는 기쁨도 커질 것이다. 두 수가 더해 10 이상을 이루는 수의 덧셈과 또 이어질 뺄셈은 우리에게 아직은 쉽지 않은 봉우리이다. 복병의 얼굴을 알았으니 이제 물리치면 된다. 내일부터는 9를 이루는 두 수의 조합과 8과 7과 6을 이루는 수들의 조합을 익히는 연습을 하면 된다. 달구어진 화로 같은 교실에서 내 얼굴도 은근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초등학교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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