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에게

by 수경

저기 버드나무

참, 자-알 생겼다.

가장 이른 날에 도달하여

가장 늦게까지 머무르다

짧은 겨울에 잠시 안녕을 고하는 나무.

어둠 속에서 우쭐우쭐

바람 함께 춤추며

바람의 마음으로 품어주는 나무

내 나무 삼고 싶은

키 크고 푸르른

바로 수양버들.


자주 가는 유천교 다리 밑은, 밤 11시에도 조깅하는 사람들로 붐비던 여름의 열기와는 달리 썰물처럼 사람들의 행렬이 빠져나간 듯 한산합니다. 바야흐로 12월인 겨울의 초입입니다. 올해는 가을이 유난히 짧았습니다. 가을인가 하고 고개를 드는 사이 우수수 나뭇잎들 다 진 겨울의 풍경이 눈앞에 아득합니다.


바싹 마른 나뭇잎을 머리에 이고 있거나 나뭇잎들을 다 떨구어 낸 나무들이 서 있는 천변에 아직도 싱그럽게 푸른 잎을 달고 있는 거인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수양버들입니다. 늠름한 수양버들은 멀리서 보면 자랑스럽고 다가가면 신령스럽습니다.

버드나무는 나무들 중에서 초봄에 가장 먼저 잎을 내고, 가장 나중까지 오래도록 잎의 푸르름을 달고 있는 나무입니다. 유난히 물을 좋아해서 물가에서 많이 자라고 있는 나무입니다.

줄기가 부드럽게 늘어진 수양버들은 형태와 수형이 마치 은행나무만큼이나 개성이 두드러지고 특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은행나무의 이름을 쉽게 부르는 것처럼 가지가 길게 늘어진 수양버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이름을 불러줍니다.

하지만 버드나무 종류에는 수양버들뿐 아니라 거대한 몸을 물속에 담그고도 잘 자라는 왕버들과 관목형의 갯버들도 있습니다. 왕버들과 갯버들은 가지가 아래로 흘러내리는 모양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버드나무 종류는 약 300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서로 다른 모습의 버드나무를 한 가족으로 묶어주는 핵심 정체성이 궁금해집니다.

수많은 버드나무의 공통된 속성을 묶은 버드나무속(Salix)의 결정적 특징은 꽃이 버들강아지(유이화서)의 형태를 지닌다는 점입니다. 이 버들강아지 형태의 꽃이 봄에 잎보다 먼저 피어나며 새봄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모든 버드나무속은 암나무와 수나무가 완전히 따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장의 비늘 조각으로만 되어 있는 눈(bud)의 형태가 버드나무를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분류 기준이 됩니다. 이 외에 모든 버드나무의 나무껍질에 있는 살리신이라는 성분과 물이나 흙에서도 쉽게 뿌리내리고 삽목이 잘 되는 고유한 특성도 버드나무만의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300여 종의 버드나무는 DNA 계통이 동일하여 구조와 생리, 유전적 정체성이 완전히 같은 '형제 나무'에 해당합니다.


산책을 나갈 때 말간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던 수양버들이 돌아오는 길에는 어둠 속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걷는 방향을 나무 쪽으로 옮기지 않아도 우람하게 늘어져 춤추는 가지들이 우산 속처럼 제 몸을 안는 듯합니다.



정령이 깃들어 있고 도깨비들이 한바탕 놀고 간다는 '경계의 나무'인 수양버들 아래에 멈추어 오래도록 도깨비에게 정신이 홀리기를 기다립니다. 도깨비는 오지 않고, 신령스러운 버드나무의 자랑스러운 자태를 마음에 담은 채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식물이야기 #버드나무 #수양버들


버들강아지
한 개의 비늘을 가진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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