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벚나무와 새로 만난 어린 벚나무

by 수경

아, 벚꽃이다!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지난 24일 화요일, 도서관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만난 꽃은 벚꽃이 분명하였다. 비록 어린 나무지만 훌쭉 키 큰 교목의 자태에다 수피에 있는 짧은 가로줄의 피목이 분명 왕벚나무의 모습이다.



어린 왕벚나무는 초등학교의 담장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 이 벚나무를 가까이에서 보려면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울타리를 넘어, 남의 땅인 공터를 걸어서 다시 학교 담장을 넘을 때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것은 적법한 방법이 아니다.



우선 오던 골목을 끝까지 나와서 왼편에 있는 도서관을 끼고 인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그리고 도서관에 붙어있는 초등학교의 담장을 따라 한참을 걸어서 학교 정문으로 들어간 후, 블록길을 걸어야 한다. 블록길이 안내하는 대로 학교 건물 뒤편에 있는 정원으로 가면 저기 씩씩하고도 발랄한 벚나무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조금의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벚나무를 가까이 만나러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우리 동네 1호 벚나무'를 만나러 가는 일이다. 매화와 산수유가 활짝이지만 아직 벚꽃은 필까 말까 가슴을 벌렁이며 시간을 세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난데없이 만개한 벚꽃을 만나니 '우리 동네 1호 벚나무'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호 벚나무'를 찾아가느라 나는 서둘렀고 마음과 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허둥대고 있었다.



와! 아니나 다를까, 내가 알고 있던 '우리 동네 1호 벚나무'는 역시 위풍당당하였다. 탐스럽게 모든 꽃잎을 펄럭이고 있었다. 연분홍빛 꽉 찬 꽃잎이 새하얀 뭉게구름이 되어 나무에 걸터앉아 꽃노래를 목청껏 부르고 있었다.



'1호 벚나무'를 확인하자, 초록불을 밝힌 신호등의 지시에 따라 도로를 건넜다. 새롭게 발견한, 재기 발랄하게 꽃을 피운 어린 벚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인도를 걸어 초등학교 정문을 지나 성큼성큼 학교 뒤편의 정원으로 가니, 1호가 될지 2호가 될지 모르는 어린 벚나무가 서 있었다. 정원의 거의 구석진 자리에서 앞쪽으로 쏟아지는 고운 햇살을 받으며 잘도 자라고 있었다.



벌어진 꽃눈의 수와 꽃잎이 벌어진 정도에 따라 1호와 2호를 정할 수도 있을 테지만, 감히 그럴 수는 없다. 다만 우리 동네에서 1, 2위를 다툴 만한 벚나무 한 그루를 발견한 일이 갑자기 생기를 돌게 했다. 그리고 모든 생명과 물질의 신생과 성장, 사멸에 대해 잠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어린 벚나무는 지금 열심히 성장하고 있었다.



달리기 경주에서처럼 출발 신호에 맨 처음 꽃을 피워 올린 어린 왕벚나무 한 그루가 동네의 왕벚나무를 모두 깨우고 있었다. 그날 저녁, 산책 길에서 만나는 왕벚나무들은 꽃문을 조금씩 열고 있었다. 그리고 5일이 지난 오늘은, 우리 동네 새하얀 벚꽃 잎이 온사방으로 넘실대고 있었다. 봄이 대문 안으로 성큼 들어와 있었다.


#벚나무

#왕벚나무

#동네산책

#봄의기록

#일상에세이


새로 만난 벚나무
우리동네 1호 벚나무
봄밤, 온 동네 벚꽃 잔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