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골돌 열매와 겨울눈

by 수경

목련의 반질반질 윤기 나는 도톰한 나뭇잎 사이에서 목련의 '겨울눈'을 만났습니다. 나뭇잎 다 진 겨울에 모직 코트처럼 잔털이 따뜻하게 드러난 겨울눈은 사실 이 계절의 작품입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6월에서 9월 무렵에 내년을 미리 설계하고 준비하는 것이지요.


'겨울눈'이라는 이름은 잎이 진 겨울에 그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고 또 새로운 봄을 위해 겨울을 나게 됨으로써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겨울눈은 미세하지만 이미 꽃의 형태를 이 안에 갖추고 있습니다. 겨울눈에서는 꽃이 피고, 새봄에 꽃이 피고 나면 잎눈에서는 새로운 잎이 자라나게 됩니다.


더하여 봄에 핀 목련의 꽃이 이 계절에 결실을 맺었습니다. 목련의 열매가 연두색에서 분홍색으로 발그레하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목련의 열매는 좀 모양이 특이합니다. 이런 목련의 열매를 '골돌' 열매라고 합니다. 골돌은 씨방이 여래 개로 나뉘어 있고, 씨앗이 익으면서 씨방이 벌어져 씨가 드러나는 형태의 열매입니다.


목련꽃은 원시적인 꽃이라고 합니다. 목련은 현존하는 가장 원시적인 꽃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목련꽃이 약 1억 년 전, 공룡이 살던 시대에 이미 존재하였고 꽃을 피우는, 지금의 현화식물과는 여러모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목련꽃은 꽃과 꽃받침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리고 암술과 수술이 붙어있어 분화가 모호합니다. 암술과 수술이 분리되어야 벌과 나비를 통한 수분이 유리한데 그러하지 못하고, 수많은 암술과 수술이 나선형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도 지금의 현화식물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합니다. 꿀이 거의 없는 것도 곤충을 부르는 진화 과정을 덜 거쳤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화한 오늘날의 현화식물들은 암술과 수술이 분화되어 벌과 나비가 수분을 돕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목련이 살던 공룡 시대에는 지금처럼 벌과 나비가 없어서 꽃가루받이의 매개자는 주로 딱정벌레(풍뎅이)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목련꽃의 꽃가루받이는 딱정벌레가 담당한다고 하는데, 혹시 벌이 목련꽃을 찾았다 해도 꿀이 거의 없는 것을 알고는 항아리처럼 생긴 꽃 안을 헤매다 꽃가루만 묻히고 나와 수분을 돕게 된다고 합니다.


후끈한 여름의 수목원 산책길에서 목련의 도톰한 나뭇잎이 건강한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면서 골돌 열매를 내밀어 자랑하고 겨울눈도 제게만 비밀스럽게 보여주는 듯하였습니다. 이런 선물을 받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요?저도 비밀 한 가지를 속삭인 후 우리는 환하게 한바탕 웃었습니다. 한여름의 장난스러운 요동을 세상이 눈치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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