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노란 별꽃으로 피는 모감주나무

by 수경

한여름의 열기와 빛의 강렬함은 대기 공간의 밀도를 숨 막힐 듯이 조밀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이 열과 빛 속에서는 되도록이면 고요하게 움직이면서 대지의 뇌관을 건드리지 않는 몸짓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봄날 연두색으로 피어난 나뭇잎은 이제 연초록과 짙은 녹색으로 물들며, 여름의 열기 속에서 조용히 계절을 견디고 있고 꽃 피우는 과업을 마친 대다수 나무들은 깊은 사유의 시간에 접어들었습니다. 가끔 하늘 위를 부는 바람 한 점이 간지럼을 태워 사유의 시간을 깨우면 여름에 어울리는 웃음이 나뭇잎 사이에서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빛과 열기의 꽉 찬 밀도를 가르며 피어난 '황금 비 나무(Golden Rain Tree)'라 불리는 모감주나무를 소개하겠습니다. 모감주나무는 꽃이 드문 여름에 환한 빛의 노란색 꽃을 피우는 나무입니다. 대략 3주쯤 전부터 모감주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의 이웃 아파트에도 모감주나무가 하얀 광선 아래 노란빛의 꽃잎을 열고 있었고 대구수목원의 모감주나무(6월 14일)도, 화원유원지의 가파른 벼랑에서 물길을 따라 자라고 있는 모감주나무(6월 15일)도 노랗게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꿀을 먹는 벌꿀들의 소리도 요란했습니다.



3주간의 시간이 지나 모감주나무 꽃들의 향방이 궁금해 다시 찾았습니다. 다행히 앞서 핀 꽃들이 작별 인사를 고하면 새롭게 피는 꽃들이 화답하며 노란빛을 뿜어냈습니다. 한편 대구수목원의 데크 산책길에는 이미 져버린 빛바랜 모감주나무의 노란 꽃잎이 바닥에서 자신의 흔적을 드러내지만, 둘러보아도 모감주나무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 까닭을 숲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단풍나무가 가녀린 줄기로 우뚝하게 키를 세운 것을 보고 알아챘습니다. 빛을 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단풍나무의 키를 키웠듯이 모감주나무의 꽃잎은 다른 나무들의 수관보다 위에서 빛과의 유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수정을 마친 꽃잎들은 수직의 하늘 위에서 바람의 손을 잡고 사뿐히 내려앉아 있었던 겁니다.



지금 화단에는 배롱나무가 꽃 피기 시작하고 무궁화도 꽃잎을 열고 있습니다. 배롱나무와 무궁화의 높이가 어른들의 눈높이를 압도하지 않는 데 비해 모감주나무는 환경에 따라 키를 달리 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무들과 경쟁하는 숲에서는 고개를 들어 우러르게 하여 교목의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면, 빛이 쏟아지는 벼랑 같은 탁 트인 곳에서는 나지막한 키로 꽃 피는 일에 열심입니다. 모감주나무가 공원과 도시의 화단뿐 아니라 숲과 벼랑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것은 씨앗을 통한 자연 발아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모감주나무의 열매는 꽃이 피자마자 수정 후 바로 열매를 맺는데, 그 모양이 꽈리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연두색의 꽈리 열매가 익어가면서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변해 풍선처럼 모양이 부풀어 오릅니다. 이렇게 생긴 열매를 '삭과'라고 합니다. 삭과 열매는 익으면서 자연스럽게 안에 있던 씨앗이 밖으로 터져 나와 이동하면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게 됩니다. 그리고 모감주나무의 또 다른 특색이 이 씨앗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모감주나무의 다 익은 씨앗은 망치로 내려쳐야 깨질 정도로 단단하고 윤기가 흘러 스님들이 쓰는 염주로 사용되는 등 불교와도 관련이 깊은데, 그 상징성 때문에 오래전부터 절에서 많이 키워온 나무입니다.



모감주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세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나무입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자생지가 주로 바닷가나 섬에 분포하고 있어서 중국에서 모감주 열매가 해류를 타고 건너왔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대구나 안동 등 내륙지방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되면서 우리의 자생종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굳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꽃이 피는 계절성과 꽃의 아름다움 등 그 가치를 인정받아 전국에서 조경수로 널리 심어서 가꾸어지고 있습니다.



모감주나무는 겹잎의, 깃털모양으로 양쪽으로 달린 잎 모양도 독특할 뿐 아니라 열매도 특색 있고, 무엇보다 여름에 보기 드문 꽃이라 더 반가움이 큽니다. 이 계절에는 모감주나무의 풍성한 초록색 잎사귀 아래에서 잠시 쉼표의 휴식을 누리는 건 어떨까요? 모감주나무의 노란 별꽃이 총총한 자리에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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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꽈리 열매가 같은 시공간에서 한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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