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겡키데스카? 겡키데스- 부름에 답하는, 메타세쿼이아

by 수경

아침마다 저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걸어 일터로 갑니다. 전라도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과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 길처럼 잘 가꿔진 메타세쿼이아 길을 사람들은 시간을 내어 다녀오면서 단단하게 굳어있던 마음을 보슬보슬하게 풀어 돌아오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다니는 메타세쿼이아 길은 그만큼의 운치는 없고 아침이라는 시간은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고 차들도 신호를 받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해서 이 거리의 메타세쿼이아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조금 소외된 듯 보입니다.



그럼에도 메타세쿼이아는 겨우내 잎을 모두 떨군 채 앙상하게 서 있던 계절을 지나 봄에는 여지없이 새 잎을 내고 지금은 하늘에 닿을 듯한 기세로 푸르름이 싱그럽습니다. 가로수의 메타세쿼이아와 오래된 성당 안의 메타세쿼이아가 만나 터널을 이룬 길을 걸어 귀가할 때면 저도 모르게, '잘 계시겠지? 잘 도착하셨겠지?' 묻는 상념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설산을 앞에 두고 여주인공 히로코가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를 향해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를 애타게 외치던 장면이 백 퍼센트의 개연성이 만들어낸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을 때면 하룻밤 사이에 생을 달리 한 저의 작은 형부를 향해 안부를 묻게 됩니다.



"잘 계시겠지요? 잘 지내시나요?"


많은 날들 위에 많은 시간들이 포개져도 그 일이 믿기지 않아서 마음이 내려앉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누군가의 염원 같고 어디선가 보내는 간절한 메시지에 답하듯이 소생한 메타세쿼이아에 관한 얘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1941년 초에 미키 시게루라는 일본의 식물학자는 잎이 바늘처럼 생겼지만 부드러워 보이고, 솔방울이 작고 동그란, 현존하는 세쿼이아와 닮았지만 세쿼이아와는 다른 화석을 일본과 중국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면밀히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 미국이 원산지이고 상록수로 지구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인 세쿼이아와는 다르면서 이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 식물에게 '메타세쿼이아'라는 속(genus)의 이름을 붙이게 됩니다. 'Meta-'는 '너머의, 뒤의, 함께하는' 뜻의 그리스어 접두어입니다. 메타세쿼이아는 세쿼이아보다 더 원시적이고 오래되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이름은 화석 상태의 식물에게 붙여진 이름이며 당시 식물학자들은 이 식물이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멸종된 식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몇 달 뒤인 1941년 말, 중국 후베이성 리수이 지역의 한 마을에서 지방 산림관리원이 낯선 침엽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나무는 가을에 잎이 지는 낙엽활엽수라는 특이한 특징 때문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에 중국 내륙에서는 상록성 침엽수가 지배적이었고 계절에 따라 잎이 지는 침엽수는 현지 식물학자들에게 거의 낯선 존재였습니다. 일본과 미국과 중국의 학자들은 화석과 새롭게 발견한 살아있는 나무를 서로 독립적으로 연구하게 됩니다. 그 결과 이 낯선 침엽수의 잎의 배열과 모양, 마디 사이의 거리, 솔방울의 형태와 나무껍질 등 여러 세부 특징들이 멸종됐다고 생각한 '화석 메타세쿼이아'와 매우 정밀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이 나무가 화석으로만 존재했던 메타세쿼이아와 동일한 나무임을 입증하게 되고 이후 1980년대 DNA 분석을 통해서도 낙우송이나 세쿼이아와는 유전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독립된 메타세쿼이아 속임을 확증하게 됩니다. 메타세쿼이아는(Metasequoia glyptosroboides)는 이렇게 극적으로 살아 돌아오게 되고 1945년 이후에 'Metasequoia glyptosroboides'라는 학명을 공식적으로 부여받게 됩니다.



오늘날 메타세쿼이아는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의 메타세쿼이아는 1941년 중국 리수이 지역에서 발견된, 조그만 자생 군락에서 채집한 씨앗과 묘목에서 유래한 후손들입니다. 이를 가리켜 '리수이 계곡 혈통'이라고도 부릅니다. 메타세쿼이아는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전, 중생대의 백악기부터 존재했던 나무입니다. 1억 년은 감히 상상을 할 수가 없는 시간입니다. 인간의 수명을 100년으로 놓고 보았을 때, 1억 년은 100세 인생의 사람이 100만 번을 거듭거듭 영겁으로 살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 영겁의 시간 뒤에서 사라진 줄만 알았던 나무, 메타세쿼이아는 이렇게 살아 돌아와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가끔 장자의 말씀처럼,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지, 나비의 꿈속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지 모호할 때가 있습니다. 1억 년의 시간 속에서, 또 다른 머나먼 세상에서 누군가는 애타게 안부를 묻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잘 지내시나요?"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메타세쿼이아는 그 안부에 답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살아 돌아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형부의 안부를 물을 때면 메타세쿼이아 아래일 때가 많았습니다. 그곳에서는 항상 묻게 됩니다.


"잘 계시겠지요?"

"저희는 잘 지냅니다."

"늘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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