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by 수경

키다리 개망초


나의 자발적 타향살이 중에

공터에 부는 바람같이 자유롭고

보도블록 사이에 자라는 잡초마냥

쓸쓸할 이유 하나 없지만

멀찍이 우뚝 서 있는

개망초 긴 팔을 당겨와 동무 삼고 싶다

잎사귀 하나하나

빛을 가리지 않는 비낀 자세로 돌려나며

손바닥 활짝 펼친 개망초.

가까운 이에게는 행복을 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오게

아름다운 꽃말을 담은 이름

바람은 우수수 불어 산으로 넘어가고

이글거리는 태양과

이마로 박치기하며 걸어가는 이 길

문득 멀리 검은등뻐꾸기 울음이 방향을 정한다

한 줄기 휘파람같이

자유롭게,

발걸음 흔들리며

한 걸음씩

홀로 앞으로

나아가라는 길




공터마다 개망초가 피어 있습니다.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양방향으로 창문과 문을 열어두고 바람이 제가 있는 공간을 자유롭게 지나가도록 합니다. 묶어둘 수 없는 바람은 '자유로움'이라는 저의 천성을 인정해 주는 순간, 사색이 잠깐 다녀가는 짧은 '쉼'을 제게 선사해 줍니다.


공터에 무더기 피어있는 개망초 한 다발은 수수하고도 소박한 멋이 있어서 꽃집에서 포장한 정갈한 한 다발의 꽃에 뒤지지 않는 듯합니다. 이 반갑고도 어여쁜 꽃은 소속이 어디일까요? 도시의 담벼락에 붙어 외따로 피어있기도 하고 공터에 다수가 어울려 피어나기도 합니다. 스스로 자라고 아름답기는 하되 뿌리내린 곳이 물 맑고 공기 청정한 곳이 아니므로 야생화라 부를 수도 없고 이윤 창출을 위해 사람들이 애써 정성을 다해 가꾸는 것이 아니므로 재배 작물이라 할 수도 없습니다. 많은 이가 짐작하는 대로, 편의상 개망초는 잡초 소속이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잡초는 생물학적 특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닙니다. 잡초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구상한 계획과 필요에서 벗어날 때 풀은 잡초의 범주 안에 속하게 됩니다. 농작물이 한창 자라고 있는 논밭의 잡초는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으로, 농작물에게 가야 할 영양분을 함께 소비하면서 기대한 작물 수확에 해를 끼칠까 봐 노심초사하는 농민들의 속을 태우며 결국 잡초 제거 작전을 실행케 하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잡초가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농작물과의 경쟁에서 햇빛과 물과 양분을 가로챈다고 여겨지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제초제를 사용하면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잡초는 작물보다도 더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퍼지는 속도가 빨라 때를 놓치면 통제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공원이나 정원의 계획된 공간에 불쑥 찾아온 불청객 잡초는 미관을 해치기도 합니다. 어쨌든 사람이 의도하고 계획한 것에 반하여 출현한 미운 것이 잡초입니다.


하지만 생태적 관점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은 일부러 잡초를 모두 제거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잡초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음으로 해서 작물도 스스로의 경쟁력을 찾아 병충해도 이기면서 씩씩하게 쑥쑥 자랄 수 있다고 합니다. 생태학은 생물과 그 생물이 사는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기후와 토양과 물이라는 환경에 둘러싸인 동물과 식물뿐만 아니라 곰팡이나 미생물까지 포함하여 그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아울러 생명이 어떻게 서로 얽혀 살아가는지를 이해하고 그 관계 속에서 각 존재의 고유한 역할과 가치를 존중하는 관점을 지향합니다.


개망초는 1910년을 전후한 일제강점기에 북아메리카에서 일본을 거쳐 들어온 외래식물이자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잘 정착해 살아가는 귀화식물이기도 합니다. 민간에서는 이 이름 없는 식물이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린 시기와 나라가 망한 시기가 겹치면서 망국의 풀이라는 뜻의 '망초'로 불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심부를 차지한 노란색 두상화와 바깥쪽에 빽빽하게 난 흰색의 설상화의 배열이 마치 계란 프라이처럼 보여 계란꽃이라는 더욱 친근한 별명으로 오래도록 불려지고 있습니다.


공터에서 가져온 개망초 한 다발은 화사한 안개꽃을 대신할 만큼 기분을 싱그럽게 할 것 같습니다. 다만 공터에서 자라는 개망초 줄기에는 진딧물이 올라와 수액을 빨아먹고 있을 수도 있겠죠? 개망초는 곤충에게는 작은 세상이 되어 쉬고 먹는 공간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건조한 도시의 땅이 메마르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개망초는 가시박이나 서양등골나무처럼 생태를 교란하거나 유해성에 대한 유려도 적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때가 되어 피었다 다시 때가 되어 지면서 도시의 땅을 윤택하게 합니다. 개망초가 사람의 눈에 들어 온실에서 곱게 키워지는 대신 지금의 모습대로 수수한 아름다움과 멋을 지니며 산책객들에게 오래도록 기쁨을 주기를 바랍니다.

#개망초 #잡초 #생태적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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