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던 무렵,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앞에서 세 명의 여자 아이가 나란히 손을 잡고 땡볕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다. 두 언니가 양옆에 서서, 계곡 사이에 작은 골짜기를 두듯, 키 작은 동생을 가운데에 꼭 끼워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이었다. 유난히 작은 뒷모습이 눈에 익었다.
"다정이!"
내가 부르는 소리에, 이름의 주인공인 다정이는 용수철처럼 고개를 홱 돌렸다. 곧이어 좌우로 나란히 선 언니들도 따라 돌아보는데, 정작 다정이는 멀뚱히 나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마치 빛의 소용돌이에 쓸려 미끄럼을 타는 듯한 표정으로. 학교 급식 시간에 만나면, "선생님~" 하고 너무 반갑게 환호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무안하게시리!
"방학 잘 보내!"
"네~"
나의 기운 찬 목소리에, 이번에는 세 아이가 함께 환하게 대답을 돌려주었다.
방과 후 뿌리튼튼수업이 끝나면 다정이는 농구부원인 3학년 언니가 있는 강당으로 간다. 뿌리튼튼수업에 있던 다른 두 아이들은 돌봄 교실로, 그리고 다정이를 강당까지 데려다주는 것으로 그날의 일과는 무사히 마무리가 되었다.
돌아보면, 나는 속마음에 비해 겉으로 다정함을 표현하는 데에 서툰 사람이다. 한 번은 검지 손가락을 세워,
"하야~ 하야~" 하며 곁눈짓으로 달래주기를 바라는 1학년 여자 아이에게,
"요 정도는 괜찮다."
마치 중학생을 대하듯 말하는, 나무 판때기 같은 데가 있는 사람이다. 말랑말랑하고 폭신한 다정함을 나는 타고나지 못했다.
다짜고짜 뒤에서
"다정이!"
라고 부르는 대신,
"다정아~ 잘 지냈어? 방학 잘 보내고 있니?"
하고 먼저 안부를 물으며, 여름 방학의 한 달 간격을 어루만졌다면, 다정이가 그 순간 한여름 빛의 열기에 덜 어지러웠을까!
나는 타고난 말랑함이 부족한 사람이다. 하지만 천성을 거슬러 다정함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변모하고 싶다. 2학기 때는 폭신폭신한 인형처럼 다정하게 변신하는 것이 나의 과제다. 폭신한 곰인형 한 마리가 되어보아야겠다.
#초등학교 #여름방학 #다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