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현수가 1학년이었을 때

by 수경

"선생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가 무슨 뜻이에요?"

1학년 현수는 강당으로 놀이 수업을 하러 가는 줄에서 점점 뒤로 밀려나더니, 맨 뒤에 있던 내게로 와서 이렇게 물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은 또 무슨 뜻이에요?"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예고 없이 날아온 질문들이었다.



"내가 먼저 고운 말을 쓰면 상대방도 고운 말을 쓴다는 뜻이지."

"낮이나 밤이나 항상 말조심을 하라는 뜻이야."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화를 낼 때 쓰는 말이지."

나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모양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답했다. 흔히 사용하는 속담이라 해도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적절한 해답으로 설명하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은 친구들 사이에서 있을 법한 예를 들어 설명하면 더 쉬울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는 긴 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앞 친구를 따라 서둘러야 했고, 내가 돌보는 아이의 손도 꼭 잡아야 해서 현수에게 뜻이 제대로 전해졌는지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며칠 뒤, 현수는 또 물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무슨 뜻이에요?"

"뒹구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요?"

"금강산도 식후 경이다는요?"

속담은 틀린 단어 하나 없이 정확했고, 또박또박 질문들을 쏟아냈다. 처음엔 ‘쓸데없이 속담 놀이에 빠졌구나’ 하고 무심히 넘겼지만, 곧 현수의 머릿속 톱니바퀴가 쉼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속담은 조상들의 오랜 지혜가 압축된 문장이어서 곱씹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수의 머리속이 그 지혜를 헤아리느라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일주일에 서너 번만 지원을 나가서, 현수가 왜 그렇게 자주 이름이 불리는지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지나친 호기심과 궁금증, 그리고 초등 1학년만의 눈치 없음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려는 순간, 담임 선생님의 집중 모으기 전략을 무너뜨리는 건 주로 현수의 엉뚱한 질문이었다.




1학년 겨울 방학을 보내고 2학년이 된 현수는 물을 만난 물고기 같았다. 2학년 교실은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로 가득하여 찰랑찰랑 헤엄치기에 더없이 자유로웠지만 담임 선생님은 예의와 존중의 미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친구 사이에 따돌림이 있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엄격하게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예의와 존중과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더없이 빛나는 교실이었다.




2학년 현수는 여전히 질문이 많았다. 이해력이 좋고 생각도 풍부했지만 글씨는 괴발괴발, 문장은 쉬는 간격 없이 꼭 붙어있어 해독하기가 곤란했다. 종이접기를 하면 양끝이 어긋났고, 각진 모양 대신 부푼 모양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마법처럼, 뒤엉킨 글씨 속에서 현수의 창의적인 생각을 찾아 읽어내셨다. 언젠가 수업 내용과 함께 아이들의 호기심과 질문을 조율하는 일이 고충이라던 말씀이 떠올라 고개가 끄덕여졌다.




올해 3학년이 되어 만난 현수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예전처럼 폭풍 질문을 쏟아내지 않고,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달라진 교실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대통령이 되고 우주비행사와 의사가 되는 꿈의 현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3학년이어서인지 알 수 없지만 현수의 창의성은 빛이 바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천진난만하고 엉뚱한 호기심을 쏟아내던, 그 귀한 특권을 3학년 현수가 여전히 누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초등학교 #속담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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