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를 거꾸로 쓰는 아이들

by 수경

학교에는 지원이 필요한 학급에 '1수업2교사제'가 운영되고 있다. 나는 초등학교 협력 교사로, 통합 교실에 참여하는 특수반 학생을 지원하고, 정규 수업 외 시간에는 '뿌리튼튼교실'에서 학습이 필요한 아이들의 기초 공부를 돕고 있다.



2년 전, 2학년 교실에서 글씨를 쓰는 아이들을 도우면서 굉장히 놀랐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글씨를 쓸 때, 글자의 첫소리와 가운뎃소리, 끝소리의 순서로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음자와 모음자를 쓸 때도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혹은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특별히 한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20명의 아이들 중 다섯 명 정도는 글자를 순서대로 쓰지 않고, 그저 '따라 그리고' 있었다.



교실 통합 수업에서는 글자의 순서를 바르게 쓰도록 방법을 알려주긴 하지만 획순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해당 수업 시간에 맞는 교과 학습을 하면서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선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작 글씨를 쓸 때는 아이들이 익숙한 대로 쓰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글씨를 쓰는 방식은 이러하다. '학교'라는 글자를 예로 들면, ㅎ과 끝소리 ㄱ을 먼저 쓴 다음 모음 ㅏ를 쓰는 격이다. 모음 ㅛ의 경우, 아래에 가로 줄을 긋고 그 위에 획 두 개를 세우는데, 위에서 아래 방향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거꾸로 된 방향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숫자 '5'를 쓸 때도 아래에서 위로 거꾸로 쓰는 아이가 있다. 글씨는 순서대로 쓸 때 반듯하고 예쁜 모양으로 쓸 수 있다.



뿌리튼튼교실은 부족한 국어와 수학 학습을 위해 독립적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지원하는 아이들을 받아 3명 남짓이 모여 40분간 수업이 진행되는데, 이때는 나의 재량에 따라 자음자와 모음자를 쓰는 순서에 집중하여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는 함께 공부하는 2학년 아이들에게 모음자와 자음자를 소리 내어 읽히며 순서에 맞게 공책에 따라 쓰도록 하였다.



다음 공부 시간에는, 평소처럼 생각할 거리를 담은 그림책을 함께 소리 내어 읽었다. 이어서 인상에 남는 장면을 돌아가며 이야기 나누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따라 쓰고 자기 생각 한 줄을 적는 활동을 하였다.



시간이 지나자, 한 아이의 공책에 조용히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얼룩이 번졌다. 아이가 소리 내지 않고 울고 있었다. 까닭을 생각하느라 내 머릿속은 번갯불이 번득번득 지나갔다.



"힘 들어서 그런 거야?"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굳은 습관을 바꾸느라 용을 쓴 흔적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다.

"그럼 좀 쉬고, 네가 편한 대로 쓰도록 하자."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다. 글자의 받침부터 쓰던 습관을 고쳐 첫소리와 가운뎃소리, 끝소리의 순서대로 쓰는 일이 아이에게는 이중으로 헷갈리면서 괴로운 일이 된 것이다.



한 번은 수학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3학년 학생에게 긴급 지원을 가게 되었다. 정사각형이나 직각삼각형 등 도형의 개념을 공책에 쓴 후, 문제를 적고 스스로 자를 대어 그리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글자의 순서를 교정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3학년에서는 공책에 써야 할 내용이 많아지고, 아이의 방식대로 글자를 쓸 때 그나마 속도를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시간에는 모음과 자음 읽기를 시작으로 해서 받침 있는 글자를 읽고 낱말 학습과 내용을 생각하며 문장을 읽는 학습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글자를 쓰는 순서를 익히고, 반듯하고 예쁜 글씨를 쓰기 위해 획의 길이와 모양과 위치까지 어디에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방법에 따라 아이들은 교과서와 공책에 글씨를 쓰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아이들의 글씨에는 그들의 습관과 생활 방식, 그리고 살아온 환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는 '바른 쓰기'에 대해 가르치지만, 그 가르침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살피면서 또 조심하게 된다. 바른 글씨는 단순한 형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면서 미래의 자신과 세상을 연결되는 창이 되기도 한다. 창을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나는 아이들의 글씨가 순서에 따라 반듯하게 쓰여 예쁘게 빛나기를 바란다.


#초등학교 #국어 #한글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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