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피리가 불고 싶어졌다

by 수경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문을 열고 좌측으로 죽 걷다고 우측 방향의 구름다리를 건넌 후 왼쪽으로 트는 순간, 피리 소리가 먼저 나와 나를 맞는다.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는 리코더 연습이 한창이다. 아이들이 내는 소리는 서로 섞여 일렁이는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시 한 차례 담임 선생님의 리코더 연주 설명이 있은 후 한 사람씩 연주하는 차례가 이어진다. 어떤 아이는 형편없다는 호된 꾸지람을, 어떤 아이는 소리를 살살 달랠 줄 안다는 칭찬을, 또 어떤 아이는 연습을 통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격려의 말을 듣기도 한다. 맨 뒷자리의 한 아이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속도가 빠른 선생님의 시범을 따라가지 못해 울상이다가 어느새 체념의 표정으로 변해간다.



나는 살며시 다가가 손가락을 짚어주며 낮은 목소리로 알려주지만, 노래 가락은 바위돌 사이를 가파르게 흐르는 물살처럼 느리게 짚는 손가락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내뺀다. 손가락이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노래는 벌써 바람을 타고 산언덕을 돌고 있는 기세다.



피리 불기는 앞에서 가르치는 담임 선생님과는 서로 마주 보는 방향이라서 거울을 보는 것처럼 좌우가 헷갈릴 수 있고, 내게는 피리가 없어 옆에서 나란히 같이 불어서 손가락의 순서를 따라오게 할 수가 없다. 아이의 리코더를 빌려서 입을 대고 시범을 보일 수 없는 최대의 단점도 있고. 무엇보다 나는 피리를 안 분 지 십수 년이 되어 '라'와 '시'와 '도'와 '높은 레'에서 능숙하게 잘할 자신이 없다.



교실에서는 여러 차시에 걸쳐 리코더 연주의 연습과 수행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날 부족한 연주는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리코더의 음색으로 돌아올 때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있다. 그래서 거듭되는 연습이 중요하다. 다시 아이들이 연습하는 피리 소리는 무지개처럼 오묘하게, 빗발치는 소나기처럼 어수선하게 교실 공간을 채우며 울린다.



피리는 누구나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만 연주 방법을 알고 연습하면, 손쉽게 또 멋지게 연주할 수 있는 아주 친근한 악기이다. 그 작은 악기 하나로 아주 간단한 동요뿐만 아니라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타이타닉>의 주제 음악도 연주가 가능하다. 그리고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리코더의 이 음색은 지난 시간을 우리 앞에 불러 모으는 묘한 힘이 있다.



방과 후에 많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시간에 운동장 어딘가에서 피리 소리가 울린다. 가녀린 피리 소리가 허공을 돌고 돌아 내게 도달하였다. 아름다운 피리 연주를 위해 아이들이 숭고한 연습 시간을 채우고 있는 소리이다. 십수 년의 세월을 건너 나도 다시 피리가 불고 싶어졌다. 내 손가락에서 '라'음과 '시'와 '도'와 '높은 레'가 자유자재로 흘러나와, 온전한 한 곡이 연주되도록, 나도 다시 피리가 불고 싶어졌다.


#초등학교3학년 #음악 #리코더 #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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