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윤지

by 수경

3학년 윤지는 교실의 맨 뒷자리에 앉아 있다. 그곳은 교실의 맨 앞 담임 선생님의 시야에서 조금 느슨한 곳이다. 윤지는 수업 중 주어진 학습 과제를 금세 끝내고는, 책상 서랍 속 작은 장난감이나 연필을 만지작거리며 눈에 띄지 않게 딴짓을 하곤 한다.



윤지는 교과서의 문제 풀이도 빠르고 정확서 담임 선생님의 칭찬을 받 일도 잦다. 그래서 선생님이 예의주시하는 시야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편이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채 까만 눈동자를 동글동글 굴릴 때는 엉뚱함과 총명함이 함께 보인다.



협력교사인 내가 돌보는 남자아이가 영어 시간에 2층 복도가 떠나가도록 울었다. 은구슬 같이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서럽게 울었는데, 가위바위보에서 져도 울고, 영어 게임에서 승리하지 못해도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리 내어 운다. 그러다가 누군가 달래주면 어느 순간 뚝, 햇빛을 만나 금방 사라지는 이슬처럼 울음을 그친다.



영어 시간 다음은 바로 체육 수업이 이어진다. 영어실에서 돌아오자마자 운동화로 갈아 신고 리는 당으로 다. 체육 선생님께서 오늘은 피구를 하는 날이라고 하셨다. 체육 선생님은 팀원들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대표자 아이 두 명에게 주시고, 대체로 몸이 가볍고 운동 신경이 좋은 아이들이 먼저 선발이 된다. 내가 돌보는 남자아이는 깍두기가 되었다.



영어 시간에 굵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윤지는

"내 등 뒤에 꼭 붙어 있어."

하며 깍두기가 된 친구의 팔을 당겨와 자신의 몸에 꼭 붙어있게 다. 앞에 서 있는 윤지가 키도 누나처럼 더 크고 든든한 모습으로 날아오는 공을 요리조리 함께 잘 피해 다다.



"나 좋아?"

뒤에서 꼭 안고 있는 깍두기 친구에게 윤지가 고개를 돌려 묻는다. 그리고 한번 더,

"나 좋아?"

나는 이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 윤지는 소설 <9살 인생>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내 안으로 환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팀 위치를 바꿔 새 경기가 시작되고 반 친구 한 명이 깍두기 친구를 맞힌 후 실수로, "너는 이제 죽었어." 하자

내가 돌보는 아이가 또 서럽게 울었다.

"너는 죽은 거 아니야. 괜찮아. 다시 내 뒤에 꼭 붙어 있는 거야, 알았지?"

윤지는 깍두기 친구의 마음을 계속 달래고 어루만져 주었다.



어떤 때는 나보다 더 속 깊은 어른 같고, 엉뚱 발랄한 꼬마 숙녀 같은 윤지. 머지않아 사춘기를 맞이하게 될 윤지가 10살 인생의 멋진 주인공이 되도록 나는 응원을 보태고 싶어진다.


#초등학교 #체육시간 #피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