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연극 수업이 찾아왔다.
연극 선생님은 아이들이 모두 잘 볼 수 있도록 맨발로 의자 위에 올라가 동작을 보여주신다.
“선생님이 ‘사이먼’이라는 말과 함께 하는 동작은 거울을 보는 것처럼 그대로 따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이먼’이 빠진 동작을 따라 하면 탈락입니다.”
연극 선생님은 양팔을 옆으로 펼치며 외친다.
“사이먼!”
양팔을 위로 뻗으며, “사이먼!”
두 손을 허리에 얹으며, “사이먼!”
두 손으로 볼을 감싸며, “사이먼…”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연극 선생님은 한쪽 팔만 번쩍 든다.
그 순간, 여러 아이들이 팔을 따라 올렸다가 탈락한다.
연극 수업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하는 ‘놀이’ 수업과도 닮아 있다.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국어사전은 연극을 ‘배우가 각본에 따라 사건이나 인물을 말과 동작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무대 예술’이라 정의한다.
연극 수업을 하는 아이들은 대사에 맞는 동작과 표정을 짓고, 다른 인물의 삶을 표현해 내는 배우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대사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몸과 마음이 굳어 있으면 안 된다. 말랑하고 유연해야 한다.
게임이나 놀이가 스트레스 해소나 학습 효율, 신체 리듬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면, 연극에서의 놀이는 그 자체가 연극적 활동이 되고 훌륭한 연기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놀이에서의 활동과 연극 활동에는 이런 차별성이 있다.
이번에는 아이 한 명이 의자 위에 올라가 연극 선생님을 대신해 ‘거울 놀이’를 지휘한다. 사이먼, 사이먼 하는 소리에 신나게 동작을 따라 하던 아이들이, 사이먼 없는 동작에 대거 탈락한다. 아이들은 선생님도 하지 않았던 기상천외한 동작을 펼쳐낸다. 다른 아이들은 한쪽 다리를 꼬고 두 손을 합장한 채 따라 하느라 몸이 뒤틀린다. 그러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재미 속에서 몸은 깨어나고, 동작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창의성도 자라나는 것 같다.
연극 선생님은 다음 미션을 내주신다.
단순화된 네 개의 동작을 칠판에 그려놓고, 모둠별로 동작을 하며 간단한 대사를 만들라고 하신다. 두 손을 번쩍 든 아이가 “만세!”, 한쪽 다리를 높이 든 아이가 “골인!”, 허리에 손을 댄 아이가 “아이고, 허리가 삐었네!”, 마지막 아이가 “허리를 삐었지만 이겼어요, 승리!”라고 외친다.
말이 안 되는 듯 이어지는 대사들이 묘하게 이야기가 된다. 같은 동작을 하고도 다섯 모둠이 만든 대사는 모두 다르다. 아이들 머릿속의 다른 생각과 느낌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그 색다른 감흥이 무척 신선하였다.
첫 연극 수업의 워밍업은 이렇게 재기 발랄하게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은 연극 수업에서 몸과 마음이 말랑하게 깨어나면서 배우도 되고 창작자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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