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 + 자연치유
암 환자라면 누구나 완치를 꿈꾼다.
나 역시 치료가 끝나면 암이 완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내가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치료 과정 중에 재발, 전이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고 암환자들은 보통 전이 된 말기 암으로 사망했다.
나에게 찾아온 삼중음성 유방암은 유방암 중에서도 치료 중에 재발, 전이 확률이 가장 높고 예후가 좋지 않은 그야말로 악성 암종이다.
최근 한국에 유방암 환자들이 너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유튜브에서도 유방암에 관련된 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의사들도 하나같이 나와서 삼중음성의 예후가 좋지 않다며 비관적인 말들을 늘어놓았다.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김이 샜다. 항암 치료를 해도 암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때마침 나의 발병소식을 들은 제주도에서 친하게 지내는 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이가 드니 내 주변에 암 환자들이 많아져신디, 나 아는 언니는 지금으로부터 한 20년 전, 딱 네 나이 즈음에 유방암에 걸련. 지금은 나이가 60이 넘어신디 아직도 살아인. 중간에 뇌로 전이되고, 간으로도 전이 되고, 폐로도 전이 되신디, 일찍 발견해기네 수술해서 제거하고, 또 발견해서 수술하고, 계속 수술허멍 아직도 살아인. 우린 그 언니를 불사신이랜 불런. 암이 한 번 생기면 재발, 전이도 되는 모양이니 그때마다 너도 절망하지 말고 암이 또 생기면 가서 얼른 수술하고, 또 떼내고 겅 살아라이.”
암에 걸렸다가 완치된 주변 사례가 암환자에게 가장 희망적인 메시지이긴 하지만, 어떻게든 죽지 않고 오랜 기간 생존해 있다는 소식도 나름 힘을 주었다.
그러나 암이 계속 전이가 돼서 종양이 생겼다는 이야기는 역시나 항암 치료 만으로는 암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그렇다면 수술과 화학요법으로는 암을 완치할 수 없다는 뜻인데, 수술로 종양은 도려낼지언정 이미 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암세포의 뿌리는 현대의학만으로 확실히 제거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문득 의사가 처음엔 수술을 먼저 하자고 했다가 왜 선 항암 치료로 방법을 전환시켰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 의사는 내 가슴에만 암세포가 생겼다고 예측했다가 내 정밀 검사 결과지에 보이는 난소의 종양들과 간의 섬유화 현상, 높은 췌장암 종양 지표 수치 등을 보고 전이를 예측했던 것이다.
그제야 암이 국소질환이 아니라 전신질환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비록 암세포가 내 가슴 한 켠에 자리를 잡고 번식을 시작해서 유방암 종양을 만들어냈지만, 이미 암세포는 내 몸 전체에 유유자적 떠돌아다니고 있었다는 뜻이다.
의사들도 암세포가 종양이 되기까지는 최소 8년에서 10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이미 8년도 훨씬 전부터 내 몸속의 암세포들이 사멸하지 않고 나와 함께 생존해 왔다는 이야기이다. 그러고 나니 왜 그렇게 오랜 기간 소화 불량에 시달렸고, 감기에 자주 걸렸으며, 자도 자도 피곤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암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내 몸에 대해 알면 알수록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렇다고 치료 시작도 전부터 두 손 두 발 다 놓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만큼 치열하게 생존전략을 세워 죽어가는 내 몸을 다시 살려놓아야 했다.
현대의학에서는 항암약물치료와 수술치료 및 방사선 치료로 종양을 없애는데 중점을 두니, 나는 일단 현대의학의 힘을 빌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종양을 없애는 데 집중하고, 그 이후로는 종양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내 몸속 생태계를 바꾸는데 치중하도록 일단 큰 그림을 그렸다.
종양이 생긴 건 내가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으로 10년이 넘도록 살아왔다는 증거이고, 암세포가 몸속에 더 이상 번식하지 않도록 체내 환경을 바꾸려면 앞으로 최소한 10년 이상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암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낫는 병도 아니다. 꾸준한 건강관리와 생활습관, 식습관의 관리로 내 몸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어야 암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선은 온몸에 도사리고 있는 암세포의 확산을 막아야 했다. 자연치유 의사는 항암치료를 받지 말라고 했지만, 내 암세포는 유방암 중에서도 예후가 가장 안 좋은 무서운 종양이다. 괜히 항암 치료를 거부했다가 빠르게 진행되는 암세포에 온몸이 정복당하게 되면 그땐 손 쓸 수 없는 절망적인 상태로 전환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현대 의학이 암 환자들에게 추천하는 표준 치료는 꼭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종양도 항암 치료로 작아질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일단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암세포들을 항암치료 요법으로 잠재우고,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이후에 아직 몸속에 남아있을 암세포들은 추후 새로이 생기게 될 건강한 세포들이 잡아먹을 수 있도록 표준치료와 자연치유를 접목시킨 통합치료로 내 몸의 생태환경을 완전히 바꾸기로 치료의 큰 그림을 그렸다.
나의 최종목표는 종양을 없애는 데에만 있지 않다. 종양을 없애고 다시는 종양이 생기지 않는 체내 환경을 만들어 완전히 새로운 개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