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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을리 Oct 02. 2016

캔모어 입성기

여행에서 운을 다 써버리는 순간들

원래 계획은 밴쿠버를 거쳐 밴프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미국보다는 항상 캐나다가 좋았고 토론토가 좋았던 기억 덕분에 밴쿠버 정말 가보고 싶었지. 밴쿠버 직항이 80만원대라 벤쿠버로 들어가 밴프로 국내선을 타려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니 그 티켓은 사라져있었고 밴쿠버를 거쳐서 밴프로 가는 다구간 티켓은 제일 싼게 110만원 수준. 슬픈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져보다 시애틀 경유에 밴프로 들어가는게 79만원인 티켓을 발견했다. 체류 무료. 세상에! 이게 출발 3일전인가 그렇다. ㅋㅋ


암튼 우여곡절 끝에 티켓을 사긴 샀는데 (여권 유효기간 6개월 미만이라 티켓 안사져서 알아보니 미국 캐나다는 6개월 안남아도 되고 혹시몰라 비자 먼저 받는데 사기사이트에 낚이고..-.-;) 이번에는 체류하는데 30만원을 더내라는거다. 공짜라면서요? 라고 물으니 체류 수수료만 그렇고 별별 수수료가 다있었다. 그럼 애초에 밴쿠버를 갔을건데...!! 억울해서 체류 안하고 바로 밴프로 가기로했다.


거기에 근애언니의 스케쥴이 바뀌면서 원래 나의 계획이었던 벤쿠버 관광- 밴프에서 언니와만나 관광-가장 맘에드는곳에서 나올때까지 눌러앉아있기 라는 계획이 시애틀 7시간 경유- 밴프홀로관광- 마지막 5일 근애언니와 관광 이렇게 변경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어차피 조용히 있고싶었던 것 잘됐지 하며 밴프 주변에 오일정도 눌러앉지 뭐! 라고 계획하게 되었다. 호스텔 2박 예매하고 놀러갔더니 아니 이게왠걸 밴프는 조용한 산동네가 아니고 서울로 말할것 같으면 적어도 명동의 절반정도는 되는 완전한 관광타운이었다. 작은 건 맞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숙소도 하나도 없어서 2박 후에 호스텔 1박을 60불을 주고 예약해야했다. 이건 뭐 아이슬란드보다 비싼 호스텔은 처음이야...


암튼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원래대로라면 조금 더 싼 호스텔로 옮겨야 하는데 도저히 밴프에는 있고싶지가 않았다. 조용한 스타벅스에서 산을 바라보며 컴퓨터나 하고싶었는데 스타벅스에 자리가없어... 이미 호스텔에 낸 돈이 아까워서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결국 밴프에서 30분정도 떨어진 캔모어라는 동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굳이 따지자면 레이크루이스쪽이 물도 있고 더 관광지스러웠지만 거기도 방이 없었다는것...


여기까지가 밴프 놔두고 캔모어로 돌아가게 된 이유 설명이고, 밴프 마지막날 나는 어땠냐면.. 방을 빼고 그레이하운드 버스타러갔더니 두시, 두시 반 표끊었는데 버스가 온게 세시, 네시쯤 레이크루이스 도착했는데 모레인레이크 가는 셔틀이 네시 반 그리고 돌아오는 셔틀 없음. ㅋㅋ 그래서 레이크루이스로 택시를 타고 돌아와서 캔모어로 다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갔다. 이 모든 여정에 캐리어를 끌고다녀야했던 것은 참 ㅋㅋ 화룡점정인 듯 하다.


모레인 레이크에 도착해서는 완전 돌밭이라 캐리어를 끄는게 말도 안되는 일이었기에 (중국인이 캐리어끌고 한강 공원만 돌아다녀도 이상하겠지? 근데 난 북한산 중턱에 있는 호수같은걸 그렇게 돌아다녔다 허허) 한쪽에 대충 놔두고 혼자 돌아다녔는데 역시 사람들이 자꾸 내 캐리어를 쳐다보더라.


호수에 도착해서는 벽난로가있는 통나무집들이 이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걸 보고 와 여기다. 여기라면 하루정도는 사치를 해도 괜찮다 하고 캐리어를 끌고 프론트데스크로 올라갔다. 그때 내 머릿속의 상한선은 350불.. 어차피 캔모어에 예약한 숙박이 일박에 180불이고 택시가 50불이니 거기에 100불을 더해 이런 아름다운 곳에 자도 좋다 라는 생각이었다. (캔모어 숙박을 뒤로 미룰 생각이었음)


올라가니 프론트 데스크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체크아웃인지 뭐 하여튼 여러명 서있길래, 내 캐리어를 한쪽에 두고 기다리다가, 번뜩 여기라면 캐리어를 두고 가도 버리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나왔다. (ㅋㅋㅋㅋ) 그리고 호수를 좀 돌아다니다 다시 와보니 역시 내 캐리어가 없더라. 오 내 캐리어 못봤니? 하니까 친절한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 니가 주인이었구나! 하면서 내 가방을 끌고와주었다.


가방을 주려고 하기에 잽싸게 앉아서 아니 오늘 숙박하고 싶은데 가격이 얼마나 되니 물으니 430불이라고 하더라.. 430불이라니... 그건왠지 아닌것같아... 여기오는 비행기표가 800불인데.... 두밤 자면 아이폰이야.... 결국 숙박은 포기하고 혹시 짐을 둘 수 있는 락커가 있냐고 물으니 몇시간이라면 맡아주겠다고 하였다 호호 친절한 캐나다인들... 어차피 작아서 공간도 안 차지해! 하며 웃어주는 데스크 직원을 뒤로 하고 나와 그 후로 인생 탑 쓰리 안에 들 만한 두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에 택시를 타고 다시 또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캔모어 도착. 나만 내리더라... 핸드폰 배터리도 없고, 지도도 없고 뒤지게 추웠다. 하루종일 캐리어 끌고 돌아다녀서 체력은 소진상태인데, 내리면 적어도 그레이하운드 버스터미널에 사람한명정도는 있겠지 택시불러달라고 해야지 했던 내 기대와는 정반대로 정류장은 길거리였고 열한시 열두시까지 사람이 보이는 밴프와는 반대로 아홉시인데 주변이 쥐죽은듯 조용했다. ㅠㅠ


여행지에 가서 내가 가장 하고싶지 않아 하는

게 사람 없는데서 얼빵하게 나 여기 몰라요 하고 서있는 것이라 (그러고 있으면 백프로의 확률로 이상한 사람이 와서 말을건다) 일단 자신감있게 불이 켜진 쪽으로 파워워킹하는데 아 도대체 여긴어디 나는누구. 그런데 앞에 택시가 서있다!! 세상에!!


그렇게 택시를 타고 절뚝이는 다리를 끌며 캔모어 숙소에 도착했고 세상에 호스텔 직원과 차원이 다른 호스피털리티에 너무 감동했다. 주변에 음식점 있나요 했는데 다 닫았다고 (열시도 안됐는데) 하면서 아직 연 곳이 없나 전화 다 해주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배달음식점 전화번호 다 알려주고, 필요한게 있으면 프론트로 언제든지 전화하라고까지 ㅠㅠ 이래서 돈이 좋은거구나 감동하며 입실

훈남이 배달해주어서 팁을 후하게 주었다 후후

세탁기 오븐 식기세척기까지 있는 원 베드룸 스위트였는데 쇼파 너무 푹신하고 ㅜㅡㅜ 혼자 이런 방을 써도 되나 할 만큼 넓고 좋았다. 티비를 트니 마침 에미상 시상식이 하고있었고, 피자를 시켰는데 방까지 배달해주는데 배달원이 또 너무 훈남이라 행복했다.


삼일을 호스텔에서 자며 서양애들이 창문열고자면 닫고 열면 닫고 ㅋㅋㅋ 움직이면 깨고 지나가다 본 얼굴 마주치면 인사하고 음식해먹으러 가면 젊은이 패거리들이 시끌시끌하고 ㅋㅋ 밤에는 지하 펍에서 애들 노래부르고 있고 그런 곳에 있다가 세상조용한 방으로 와서 이 방에 혼자 발뻗고 누워 티비보니 행복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었다. ㅋㅋㅋ

이런 뷰를 보는 방이 비수기에는 9만원대다

여기까지 내 캔모어 입성기 끗. 모레인 레이크 롯지에서 내 짐을 맡아주지 않았더라면, 레이크 루이스 택시아저씨가 내 말만 믿고 거길 올라와서 일곱시에 기다리고 있지 않았더라면, 또 캔모어에서 운이좋게 택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정말 대재앙이 될뻔한 이야기. 여행 중에 이런 운좋은 순간들을 많이 만나는데, 희한하게 일상생활에서는 잘 없는 운이다. 그리고... 아마 보면 아시겠지만 저런 상태로 후진국을 혼자 여행했다면 아마 난 지금쯤 여기없었을

것이다. ㅋㅋ 덴마크에서는 환전한 돈도 지도도 없이 열한시 열두시에 도착해서 왠 노숙자가 말을 걸고 그러는걸 경찰아저씨가 도와준 적이 있고 ㅜㅜ 독일 프랑스 둘다 저녁에 도착했는데 한번은 독일인 커플이 택시태워주고 한번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마침 같은 숙소라 같이 간적이 있다.


음 역시 여행은 혼자 가면 안되는건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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