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을리 Oct 23. 2017

독일에서 먹는 이야기

독일이야기 번외편: 독일음식이 날 괴롭게 할 때 (수정1)

본에서 쾰른 VHS로 통학한지 2주 (일주일에 4일 수업)가 지나고 방학이 되었다. (?!) 뤼네부르크에서 쾰른 수업의 질이 어떨지 모르고 그냥 한달을 다 채우고 왔더니 쾰른 VHS 수업을 3주간 놓쳤는데, 별 기대 안했던 것이 후회될만큼 수업이 정말 '내 수준' 이다. 드디어. ㅠㅠ 이제 좀 공부좀 하나 싶었더니 5주간 수업했으니 2주간 방학을 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왠지 놀 것 같은 2주를 앞두고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브런치를 켜본다. 왠지 노느니 이런 얘기를 써두면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겠지.


오늘의 이야기는 독일에서 먹는 이야기

왜냐면 먹을것은 중요하니까. 아래 내용부턴 *주관적 시점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호주 8개월 미국 4개월 지금 독일이 4개월짼데,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미약한 향수병을 (...) 음식때문에 독일에서 겪었다. 뤼네부르크에 있는 동안 우울해서 돌아보니 한국음식은 커녕 제대로 된 동양음식을 먹은적이 없었어...!! 독일음식만 먹으면 나 같이 먹을것이 중요한 사람은 향수병 걸린다. 왜냐면 맛이 없기 때문이다. ㅠㅠ  (독일에서 만들어지는 많은 음식은) 내기준 간이 하나도 안 맞다. ㅠㅠ 달고 짜고 살짝 맵고 시고 이런 여러 맛이 들어가는 우리나라 요리와는 다르게 '전통' 독일 요리는 '짜기만 하거나' '달기만 하거나' '시기만 하거나' 뭐 이런 느낌이다. 여러 향신료로 맛을 내기보다 기본만 하면 통과! 느낌. 그래서 정말 잘 요리한 학세도 (질감이나 뭐 고기 향이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우리나라 갈비처럼 막 오 진짜 밥도둑 이런 느낌보단 오 맛있네~ 이정도가 되는 것 같다. 독일사람들 입맛에 맞추느라 그런진 모르겠지만 큰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정말 맛집이 아닌 이상 아시아 식당에 가도 응 그냥 아시안 음식을 만들었네.. 정도. 그러니 외식은 점점 덜하게 되고, 만들어 먹자니 뭔가 부족하고, 점점 한국이 그리워지게 된다.

그래서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아 돼지가 되고 있는지 (?) 를 공유해볼까 한다. 맛없는 음식때문에 모든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이 위기를 대충 모면하는 법.. 독일에서 향수병을 달래는 음식, 혹은 꽤 괜찮은 식재료 등등. 카테고리에 따라 정리해보았다. 이 글은 독일 생활을 하는 동안 가끔씩 업데이트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은 전부 제가 다 먹은겁니다.


1. 독일에서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대충* 모면하는 방법


1) 사는 도시에 아시아인이 좀 있는 경우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라면: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을때 라면 먹으면 이만한 특식이 없다. 무릎 꿇고 먹게되며 먹는 순간 향수병이 좀 치유됨을 느낄 수 있다. 하나에 1유로 정도 한다고 막 사면 안된다. 쌀 500그램이 1유로고 된장이 2유로인걸.. 라면을 살때는 사치품을 대한다는 생각으로 소중히 사야한다.


간장계란밥: 계란후라이+ 쌀밥+ 간장 무시하면 안된다. 안먹다 먹으면 아 이게 고향의 맛이구나 눈물이 남.


한국마트가 있는 경우

된장찌개용 된장: 육수 안내도 그냥 넣고 감자 양파 애호박 정도 넣으면 된장찌개가 되니까 편하다.

흑흑 내 소울푸드 소울된장


번외) 다시팩***: 한국 마트에 없어서 친구한테 부탁해서 받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자취 꿀템이지만 독일에서는 정말 한국 강림이다. ㅠㅠ 넣고 미역국도 되고 잔치국수 소울 된장찌개 못만드는 음식은 없다. ㅠㅠ 한국에서 올 때 꼭 가져와야 하는 단 하나의 한국 아이템은 마스크팩도 필기구도 아닌 다시팩이다! ㅠㅠ


불고기: 한국마트에 파는 불고기 양념+ 간고기 (Hackfleisch)+양파+파프리카+버섯 이렇게 해서 구워먹고 남은것 얼려서 조금씩 꺼내먹는데 편하고 좋다. 친구 놀러왔을때 양파/ 당근 볶은것과 쌈채소 (마트에 파는 작은채소), 불고기랑 간장 주면서 셀프 비빔밥 해먹게 했더니 맛나게 먹더라. ㅎㅎ


2) 한국 라면은 커녕 마트에 그 흔한 치킨누들도 없는 경우


닭죽: 독일 모든 마트에서 파는 수프용 야채 (당근, 샐러리악, 대파, 파슬리가 보통 들어있으며 0.99~1.99불 사이)와 닭가슴살(두 덩이에 보통 3유로 정도)을 산다. 뜨거운 물에 다 넣고 팔팔 끓인다. 브로콜리가 있으면 같이 넣으면 더 맛있다. 팔팔 끓어서 당근이 익을 정도가 되면 샐러리악/파슬리를 빼고, 닭가슴살과 쌀을 넣고 쌀이 다 익을때까지 끓인다. 대파를 빼고 당근과 브로콜리 닭가슴살 등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때까지 포크와 칼로 짓이겨준다. 소금/후추로 간하고 먹는다. 마늘을 안 넣어도 희한하게 닭죽 맛이 나며, 따끈따끈한 닭죽에 아무거나 같이 먹어도 맛있다. ㅠㅠ 마트에서 파는 감자 샐러드/ 양배추 샐러드/ 오이 피클/ 심지어 아보카도까지 아무거나 올려도 맛있음.

나 닭죽

홍합탕: 11월이 되어 홍합이 쏟아져 나온다! 1키로에 2-3불인데 홍합씻고 냄비에 물붓고 파랑 마늘만 넣으면 맛난 홍합탕이 된다. 추운데 뜨끈한 국물 먹으니까 참좋네ㅠㅠ! 강추합니다.


되너: 독일에서 대중적이면서 '여러가지 맛'을 가지고 있는 거의 유일한 메뉴가 아닐까.. ㅋㅋ 짭짤하고 요거트가 시큼하기도 하고 소스에 따라 달짝지근해지기도 하고 보통 거의 다 맛있다. 힘들 때 독일 음식을 사먹으면 돈만 아깝고 더 힘들지만 맛있는 되너를 2~3유로 정도에 사먹으면 힘이 난다. 퀄리티가 크게 차이나진 않는 것 같다.

베를린에서 유명한 무스타파 케밥. 한시간 기다렸는데 난 그냥 그랬다. 뤼네부르크 집 뒤에 있는 되너가 더 맛있더라고요..


짝퉁보쌈: bauspeck 사다가 물에 넣고 끓여 먹으면 보쌈 맛이 난다. 상추/루꼴라 갖다놓고 밥이랑 먹으면 든든함. 이미 간이 되어있는 거라 물에 넣어 소금기를 빼고 끓이면 좋다. 그래도 짜다. ㅎㅎ

치킨윙: 마트에 양념한채로 파는 닭날개 같은 것들이 있다. 엄청 맛없어보이는데 그 위에 올리브유 조금 바르고 후추뿌리고 구우면 맛난 치킨윙이다. 거기에 요거트+크라우터 딥 ( 마트에 1유로면 삼) 찍어먹으면 맵고+ 기름지고+ 시큼하다가 달짝지근하더라. 강추합니다.



2. 독일음식이 너무 미울때 그래도 독일이니까 이건 좋잖아..? 할 수 있는 것들

독일 마트는 정말 모든게 싸기 때문에... 뭘 먹어도 진한 가성비를 느낄 수 있지만, 내 기준 독일에서 먹으면서 항상 꽤 만족하는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소세지 맥주 빵은 유명해서 제외하였다. (독일 빵 진짜 의외로 맛있다. 어딜 가도 정말 잘 만듬. 빵이 싱싱하다.) 밑의 리스트는 '그나마 맛있는'게 아니고 '오 이건 한국 대비 독일이 참 이득이네!' 하는 것들.


a. 치즈/버터/요거트

치즈가 싸고 맛있다. 99센트짜리 브리치즈 한 덩이를 사서 빵에 발라먹으면 한국에서 5~6천원 주고 사먹는 치즈보다 더 깊은 맛이 난다 (?!). 종류도 다양하고 브랜드도 다양하다. 한국에서 5천원 이하로는 감히 구할 수 없었던 생 모짜렐라가 여긴 500원이고, 하물며 위치도 항상 제일 안좋은 곳에 있음. 푸대접 당함. ㅠㅠ 요거트는 유기농 요거트/ 무지방 요거트가 싸고 맛있다. 지방 함량이 0.5% 부터 1.5% 등등 다양한데 아무거나 사서 뮤슬리 넣고 과일 송송 썰어넣으면 건강한 아침식사 완성. 아참 희한하게 아이스크림은 별로 맛이 없다. 엄청난 테크닉을 자랑하는 미국 아이스크림이나 우유의 질을 자랑하는 호주 아이스크림하곤 비교가 안됨..

독일의 흔한 아침식사 뮤슬리+ 과일+ 요거트. 물론 좀 더 예쁘고 작게 자르겠지만 어차피 입으로 들어갈건데 뭔 상관이람


b. 가지

길고 못생긴..? 우리나라 가지와는 다르게 독일에서 보는 가지는 왠지 통통하고 귀엽고 싱싱하고 그렇다. 진짜 귀엽게 생겼다. 식감이 좋고 향이 진하다. 그냥 세로로 잘라서 올리브유 두르고 구워먹으면 고기보다 맛있음. 가격은 한국과 비슷함. 가지무침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는데 여기 온 이후 자발적으로 가지를 구워먹는다.


c. 토마토

토마토 종류도 많고 정말 싱싱하다. 샐러드에 넣어먹다 느낀건데 거의 고기 질감이 남. 알레르기가 심해지는 것 같아서 하루에 두세개씩 먹다가 지금은 끊었는데, 토마토가 원래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 할 정도로 맛있다. 토마토 + 모짜렐라 + 발사믹 세개 다 정말 저렴한 식재료지만 카프레제를 먹으면 왠지 엄청난 사치를 부리는 기분이다.

연어 아보카도 루꼴라 토마토 모짜렐라 등 모두 저렴하다

a+c 직접 만든 피자

마트에 가면 피자 도우+ 토마토 소스+ 쿠킹페이퍼가 포함된 피자만들기 세트를 1불에 살수 있다. 토마토 치즈 루꼴라 등이 싸고 맛있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올려도 상당한 퀄리티가 된다.

쉽고 맛있고 싸다


d.어거지로 추가해보는(?) 잼

뭔가 그래도 4개월 살았으니 쓰다보면 맛있는 것들 생각 좀 나겠지! 하고 시작했는데 여기서 막힐 줄이야.. 눈물이 나려고 한다. ㅠ 억지로 추가해보자면 잼이 맛있다. 본마망 잼 한국에서 5~6천원 (배송비 불포함ㅋㅋ)인데 여기서 세일하면 1.5불에 사먹을 수 있다. 무화과 블루베리 산딸기 종류도 다양한데 퀄리티가 우리나라 수제잼 뺨침. 정말 싱싱하고 맛있다. 아침에 빵에 잼이랑 버터 발라먹으려고 일어남.

아침에 빵 먹으려고 일어나는거 거짓말 아님


e.감자

시장에 가면 감자만 파는 푸드트럭이 올 정도로 ㅋㅋ 독일인은 감자다. 내가보기엔 소시지보다 감자국이다. 종류가 정말 다양하고 식감도 다양하고 감자를 이용한 요리도 많다. 하지만 내가 감자를 잘 안먹어서.. ㅋㅋ 감자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좋은 나라입니다. 감튀+ 마요는 그나마 짭짤+느끼+새콤해서 여러맛이 나야 맛있다 느끼는 나에게 좀 만족스러운 길거리 간식.

쾰른 감자튀김


f. 다른 나라가 그래도 가깝습니다 여러분

희한하게 국경만 벗어나도 음식이 맛있어진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 인접국이 많으니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다 쓰고보니 진짜 엄청 많이도 먹었네 ㅋㅋㅋㅋㅋ 먹거리 2편에서는 그냥 사먹는 것에 대해 다루어보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서 행복한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