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거기만은 절대 보내시면 안 됩니다.

난 울었고 딸아이는 눈치를 보았다.

by 입큰엄마

"어머니 그 중학교만은 보내시면 안 됩니다."

"아니... 왜요?"

"거긴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는 곳입니다. 멘탈 관리하기 힘들 겁니다."

주변에서 아이들이 놀자판인데 공부하려면 엄청난 멘탈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명심 또 명심 하리...

근데.. 그곳이 됐다... 뺑뺑이 시스템 컴퓨터 추첨을 하는데 우리집이 와락 걸려버렸다.

"예지네는 중간에 전학 왔잖아. 아마 근거리 배정 안될 가능성이 높아."

라고 같이 맥주 마시면서 삐약거리던 그 엄마의 말이 아주 딱 맞아떨어져서 소름 끼쳤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중학교부터가 본격적인 공부시즌인데. 눈에 보이는걸 마음에 담는다는 말이 있는데

옆에 짝꿍 앞에 친구들이 모두 공부도 안 하고 룰루 랄라 하면 그 어느 학생이 나는 내 갈길 간다 하고 독불장군처럼 책을 펼 수 있을까?

혼란하고 심란한 마음 누를 길 없어 눈물로 나온다.

이미 소식을 들었을 영어학원 선생님은 잠잠했고 집 코앞으로 대충 평이 좋은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근거리에 중학교에 배정받은 엄마들은 다른 집 자식들이 어디에 갔는지 확인하며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심정은 한마디로 심란, 혼란으로 밖에 어느 단어로도 표현이 되지 않고 관련 알고리즘으로는 전학, 재배정 등이 생각났다.

"외동인데 왜 영어 유치원 안 보내요? 외동인데 왜 사립초 안 보내요?"

라는 질문을 간간히 들으며 살았다. 그래도 난 꿋꿋이 학군과는 거리가 먼 역세권과도 거리가 먼 동네에서 잘 먹고 잘살았다. 이번기회에 과감히 이사를 실행에 옮겨야 하나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이런 나의 심정을 알 수도 모를 수도 있는 딸은 중학배정표를 당당히 카톡으로 보내왔다.

확실하다 오타도 없이 정확히 영어 샘이 말한 그 학교다. 만약 선생님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그 학교에 대해서 1시간 동안 떠들지 않았다면 난 이렇게 혼란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특별히 더 생각해서 얘기해 주는 것처럼 아주 오랫동안 핸드폰이 뜨끈해질 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기승전 그 중학교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를 했다.

열심히 공부한 놈이 100점 맞는데 책 몇 번 떠들어 본 놈이 90점 이란다. 문제 자체가 쉬운 하향평준화 학교란다.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니까 선생님들이 입맛에 맞게 수준을 조절하는데 어차피 대입이라는 최종 관문은 전국 아이들과 경쟁이므로 초반부터 습관을 잘 들여야 하고 또래집단도 무시 못하는 거라고. 그래서 중학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러니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데 딸아이는 그 학교에 가고 싶었던 눈치였다. 교복이 이쁘다. 학교가 큰다는 둥 그전부터 그 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내 눈치를 보고 있다. 엄마 표정이 어두우니까...

현실을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다. 어차피 의무교육이니 보내긴 해야 한다.

저녁 할 힘도 없어 마트에서 초밥 한 세트를 사 와서 꾸역꾸역 먹었다. 이 마트 초밥이 이렇게 비리고 짜고 맛이 없었는지 오늘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론 사 먹지 않으리 하며 나머지 몇 개는 버렸다.

네이버 부동산에 들어가서 중계동 지도를 검색해 봤다. 은행사거리... 중학교랑 거리가 가까운 아파트 단지가 어디 있는지 주섬주섬 대략적으로 보고 있다.

33평이 9억~13억 선이다. 허허 웃음이 나온다. 남편은 아마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귓등으로도 안 듣겠지.

"아이를 행복하게 키워야지. 학업스트레스로 예지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 싶어? 뉴스 나오는 기사도 못 봤어? 요즘 학생들 학업스트레스로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며 나를 깔아뭉개겠지.

여러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지금 심정으로는 다른 중학교 배정이 나는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 그런데 거기서 아이가 잘 적응하고 열심히 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고민을 한다. 정말 영어쌤 말처럼 아이들이 놀자판인데 거기에서 나는 내 갈길 간다. 난 목표가 있는 아이이다. 너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며 험한 숲 헤치고 나갈 수 있는 정신상태가 내 자식에게 있는지 의문스럽다.

내가 당장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지금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건 믿는 것뿐이다. 아이를 믿어야 한다.

"엄마는 학교에서 네가 공부 안 하는 친구를 사귀지 않았으면 좋겠어. 공부를 못하는 거랑 안 하는 건 달라.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안 좋을 수 있어. 못할 수도 있지만 학생의 본분을 잊고 할 일을 하지 않는 친구는 안사궜으면 해."

아이는 잠잠히 얘기를 듣고 있다. 원래 친구 얘기 나오면 반발심에 한마디라도 툭 던지는데 조용하다. 알아들은 걸까? 아니면 내 말속에 그 공부 안 하는 친구가 본인이라서 뜨끔해 입 다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찹찹한 마음을 글로 쓰고 있다. 이렇게라고 털어야 좀 풀린다. 당장 이사할 형편도 안되고 일단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세상일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로 나뉘고 그것을 알아채는 현명함이 있어야 한다는데 일단 컴퓨터뺑뺑이 중학교 배정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이후에 정말로 영어쌤의 말이 맞아떨어질 경우 그때 나는 이사를 과감히 행할 수도 있다. 그 가능성도 열어 놓고 싶다. 그래야 내가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야 부드럽게 흘러간다.

그 가능성 중에선 공부 안 하고 선동하는 친구가 내 자식일 수도 있다는 것도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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