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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Dec 11. 2020

Playa del Carmen

1) 예찬 언니와의 재회

칸쿤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비였다. 그간의 멕시코를 돌아다니며 시티에서만 비를 봤고 다른 지역에서는 비를 거의 보지 못했었다. 나름 반가운 비였지만 짐을 잔뜩 들고 있는 여행자에게는 불편할 따름이다. 칸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가량 이동하여 플라야 델 카르멘에 도착했다. 이미 미국에서 온 예찬 언니가 숙소 체크인을 해놓은 상태였다. 빗속을 뚫고 겨우 찾아간 숙소 앞에선 언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7년 만에 만나는 언니. 언니가 한국에 살 때는 아래윗집에 살았었는데, 미국으로 이주를 한 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터라 어찌나 반갑던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언니가 예약한 에어비앤비는 엄청 훌륭한 숙소였다. 산 크리스토발 한인민박에서 지내다 온 터라 집이 더 넓고 좋아 보였다. 아무래도 산 크리스토발은 약간 가난한 여행자들이 머무는 시골 느낌이라면 이곳은 말 그대로 휴양지였다. 역시나 물가의 차이도 커서 산크리스토발과 비교하면 후덜덜한 느낌이었다. 휴양지의 넓은 집 이어서 인지, 여행 중에 언니를 만나서인지 오래간만에 진짜 여행을 온 느낌이었다. 마치 도시에서 휴양지 냄새라도 나는 것 같았다. 




우리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언니는 그새 마트에 가서 장을 다 봐다 놓고 있었다. 부지런도 하시지. 늦게 도착하는 우리가 배가 고플까 봐 먹을 것을 잔뜩 사다 놓았다고 했다. 안 그래도 산 크리스토발에서 출발한 후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터라 배가 무지 고팠었다. 도착하자마자 언니가 끓여준 라면은 아직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어찌나 고맙던지. 예찬 언니와 우리는 이곳에서 7일간 함께 보내기로 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그간에 얼굴도 못 보고 산 시절을 생각하면 감지덕지한 일이었다. 약 한 달간을 둘이서만 여행을 하다가 한 사람의 팀원이 충원되니 또다시 설레고 여행을 처음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는 여러 가지 놀이도 좋았지만 오랜만에 예찬 언니와 많은 얘기를 나누며 지낸 것이 더 즐거웠다. 같이 장을 보고 맛난 음식도 해 먹으며 일주일을 꽤나 풍족하게 지낸 것 같다. 닭백숙, 파스타, 스테이크, 볶음밥 등 직접 요리해서 먹은 것은 더 많은데 일일이 다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게 뭐 중요한가 맛있는 음식을 같이 요리해서 먹었고 즐겁게 지냈다는 것이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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