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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Dec 11. 2020

죽음의 길을 맛보다

2) 죽음의 길을 맛보다

산 크리스토발을 떠나는 마지막 날 민박집 사장님이 택시 예약을 해주어 공항까지 가기로 했다. 오는 길과 마찬가지로 공항까지 가려면 높은 산을 다시 넘어 옆 도시로 이동을 해야 했다. 사건은 여기서부터...

출발할 때는 날씨가 참 좋았었는데, 산을 오르다 보니 안개가 시야를 가려 거의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우리의 택시 기사님은 그런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구분하지 않고 무한질주로 달리고 있었다. 가뜩이나 속도에 대한 공포가 많고 안개길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알기 때문에 우리는 살짝 겁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우연히 보게 된 속도 계기판. 그 계기판에는 바늘이 없었다! 아무리 달려도 이 차의 속도를 가늠할 수도 없었고, 앞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내리막 길이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불안에 떨기 시작했고 한편으로는 어이없음에 웃음만 나오기 시작했다. 설마 기사님이 자기 목숨 걸고 운전하겠어?라는 단 하나의 믿음만이 우리를 지탱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한 30여분을 전속력으로 달린 택시는 무사히 산을 넘을 수 있었고 약 한 시간 반 만에 우리는 공항에 도착했다. 산 크리스토발은 도착할 때도, 다시 떠날 때도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산이 문제였다. 아... 다시 가자고 하면 갈 수 있을까? 나는 한두 번쯤 생각하다 아니라고 할 것 같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인생에서 한 번만 와도 충분한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꼭 가보고 싶지만 두 번은 아닌 곳. 이곳 산 크리스토발이 그런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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