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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Dec 11. 2020

San Cristobal de las Casas

1) 지친 여행자들이 머무는 곳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

산 크리스토발은 산속의 분지 같은 지형이다. 그곳에 가려면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 문제는 그 산을 버스를 타고 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에 멀미를 가장 무서워하기 때문에 멀미약과 고산병 약을 같이 복용하고 버스를 탔다. 그래서인지 나는 차가 좀 흔들리네? 정도의 느낌만 있었으나 같은 버스를 타고 있던 일행들은 꽤나 고생을 한 듯했다. 특히 옆자리의 찰스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속이 좀 안 좋다고 하여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그 사이 차가 심하게 흔들렸던 것이다. 순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그의 얼굴에서 느껴졌고 잠시 후 그는 바로 기절을 한 것처럼 잠이 들었다. 찰스와 함께 10여 년을 함께했지만 그가 이렇게 심한 고통을 호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평소에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와는 달리 찰스는 그런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그렇게 일그러진 얼굴로 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혹시 토할 때를 대비하여 옆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것 밖에는 별다르게 도와줄 방법도 없었다. 아마도 너무나 극심한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여 스스로를 잠들게 한 것 같았다. 아니면 기절 한 김에 잠에 빠져 들었는지... 그 날의 일은 나도 찰스도 정확하게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른다. 그냥 그렇게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깨어나니 산 밑으로 내려온 상태여서인지 몸이 좀 나아져 있었더라는 것밖에...


산 크리스토발 거리 풍경


이렇듯 힘들게 도착한 산 크리스토발! 이곳은 여행자들에게는 마약과 같은 도시라고 했다. 한번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 없는 곳. 그곳의 묘한 매력에 빠지면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곳이 바로 이 산 크리스토발이었다. 나는 이 곳에 대한 기대가 꽤나 컸었다. 얼마나 묘한 매력이 있길래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이 그렇게 열광을 하는 곳일까? 많이 궁금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곳에서 약 한 달간 머무르며 못다 한 스페인어 공부도 하고 싶었고 정말 푹~~ 쉬고 싶었다. 그러나 찰스의 반대로 우리는 단 5일 간만 머무르며 맛만 보기로 했다. 5일이면 충~분 하다는 찰스의 말. 결론은 그가 옳았다. 우리는 젊은 여행자들과는 성향이 많이 다른 듯했다. 산 크리스토발은 조용하고 구석구석 예쁜 샵과 공방들이 많아서 무엇인가를 배우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또한 카페와 클럽,  전 세계에서 모여든 셰프들이 운영하는 고급 음식점까지 곳곳에는 먹고 즐길 거리가 참 많아 보였다. 그렇지만 뭔가를 배우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찰스에게는 그런 것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었고 나도 5일 정도 돌아다니며 카페 투어하고 맛있는 음식 한두 번쯤 먹어보니 적당 한 것 같았다.




산 크리스토발 에서의 숙소는 나초네 민박 사장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미까사 뚜까사’라는 한인 민박이었다. 젊은 두 남자 사장님이 운영하는 민박집이었다. 매일 아침 정성 들여 식사를 준비해 주신 덕에 우리는 아주 편안히 지낼 수 있었다. 특히 이곳은 장기 여행자들이 많이 머무르고 있어서 인지 모두가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다만 우리가 그들에 비하면 나이가 좀 많고 술을 즐기지 않는 터라 그들과 그리 쉽게 어울리지는 못했다. 그나마 B와 C부부와 함께 머물러서 아침저녁으로 말동무를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민박 사장님이 차려주신 함박스테이크와 삼겹살 파티


민박집 사장님이 주말에는 삼겹살 파티를 열어주셨는데, 고기가 어찌나 맛있던지 그간 멕시코에서의 고기에 대한 실망을 한방에 무너뜨리는 최고의 삼겹살이었다. 가뜩이나 대식가인 우리 둘은 정말 정신줄을 놓고 고기를 흡입한 것 같았다. 한참 후 정신을 차려 보니 고기는 초토화. 찰스도 나도 우리의 위대함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삼겹살 파티를 하면서 느꼈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참 잘 놀더라. 내가 20대 일 때도 그랬겠지? 그 활기참과 에너지 만땅의 그들이 정말 부러운 시간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여행에 눈을 떴었더라면 나도 저렇게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즐길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나 자신에게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별 하는 일 없이 보낸 5일 같았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카페 투어를 다니며 다양한 커피도 맛보고 유명한 베이커리에 가서 빵도 먹어보며 아주 여유로운 일상을 보냈다. 주일에는 성당에 가서 미사도 보고(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교회를 찾을 수 없어서 대신 성당을 찾아갔다) 예쁜 거리를 거닐며 여러 장의 사진도 남겼다. 우연히 지나던 길에 퍼레이드 행렬을 만나서 함께 즐기기도 하고 그들과 함께 사진도 찍으며 나름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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