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아리 Dec 11. 2020

미식의 도시 Oaxaca

1) 미식의 도시 와하까

내가 와하까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곳은 소수 원주민들이 많이 모여사는 동네?  미식의 도시? 커피의 주산지? 정도였다. 와하까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미식의 도시라고 많이들 칭송한다. 그러나 정작 내가 그곳에서 맛본 것은 피자? 피자만 여러 번 먹은 것 같다. 피자는 어느 동네에 가도 평타 이상은 하니깐 최후의 수단으로 피자를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와하까에서 생각보다 피자집이 많았다. 대부분이 화덕피자집이었는데 내가 먹었던 대부분의 피자들 또한 맛이 꽤 괜찮았던 것 같다. 이미 나는 이전 도시에서의 경험으로 멕시코 음식이 나에게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아쉽게도 미식의 도시 와하까에서조차 음식에 대한 도전을 멈췄던 것이다. 


하루는 멕시코시티에서 만났던 B양과 C군 부부를 만나서 그 유명하다는 시장 고기(우리나라 수산시장과 같은 시스템으로 회 대신에 고기를 구매하면 숯불에 직접 구워주어 그것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배달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식당에서는 고기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토르티야와 여러 가지 채소 및 소스 등을 구매할 수 있다)를 먹으러 갔었다.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찾아간 그곳에서는 고기들을 전시하며 이곳저곳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적당히 맛있게 생긴 고기를 골라(스페인어로 고기의 종류까지 따져 먹을 만한 실력이 못되어 눈으로 맛있게 생긴 고기를 골랐다) 주문을 하고 고기를 기다렸다. 자리에 앉아있으니 구운 고기를 갖다 줬는데... 역시 기름기 하나 없는 소고기의 뻣뻣하고 질김이란... 나는 이미 그것을 먹기 전부터 맛이 없을 것이란 느낌을 팍 받았고 한입 먹는 순간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어 버렸다. 그냥 경험해 본 것이 중요한 것으로. 


시장에서 먹었던 고기와 사이드 메뉴들


멕시코에서의 고기 경험은 나에게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다. 나는 육식주의자이다. 매 끼니마다 밥은 안 먹어도 고기는 먹어야 힘이 날 정도로 고기를 사랑하고 즐긴다. 하지만 멕시코 고기는 나에게 많은 실망감을 주었다. 물론 최고급 고기 부위인 Arachera라고 하는 부위는 먹어 보지 못했지만(구매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나머지 부위는 너무 질겨서 먹지 못할 지경이었다. 

한 번은 시장에서 고기를 구매하여 스테이크를 곁들인 스파게티를 만들었는데... 턱이 나가는 줄 알았다. 결국 다 먹긴 했지만 고기가 어찌나 질기던지 음식을 다 먹고 난 후에는 턱이 얼얼할 정도였다. 이렇게 고기에 대해 실패를 한 건 비단 와하까에서 뿐이 아니다. 멕시코 시티에서도 플라야 델 까르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멕시코의 소고기는 우리나라 돼지고기와 그 빛깔이 거의 비슷한 연분홍색으로 기름기가 거의 없다. 그러니 요리를 해도 맛이 없고 질겨서 고기의 맛은커녕 식감에서 나가떨어지고 만다. 그래서 그들은 고기를 엄청 푹~ 삶거나 갈아서 요리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와하까는 치즈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일명 와하까 치즈라 하여 모짜렐라 치즈와 스트링 치즈를 섞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의 치즈이다. 한 번은 시장 옆 작은 가게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무작정 같이 따라 서서 그곳에서 파는 치즈와 요거트를 샀다. 여행지에서 음식을 파는 가게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면 나는 거의 따라서 줄을 서는 타입니다. 나의 이러한 습관 덕에 내 인생 최고의 요거트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가게에서 직접 제조한 수제 요거트였던 것 같은데 굉장히 저렴한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아주 맛이 좋았다. 그 요거트를 나는 인생 최고의 요거트라 말하고 싶다. 그곳의 치즈 또한 상당히 맛이 좋았다. 와하까에서 머무르는 동안 밤이고 낮이고 틈나는 대로 그 치즈를 입에 물고 살았던 것 같다.


미식의 도시 와하까. 나의 기대와 의욕을 못 따라주는 몸을 원망할 뿐이다. 음식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전 09화 천사의 도시에서 피라미드를 만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